블랙홀 주변 빛 부메랑처럼 굴절 40여년 만에 확인

입력 2020-04-09 10:23
블랙홀 주변 빛 부메랑처럼 굴절 40여년 만에 확인

강착원반 X선 빛 블랙홀 중력으로 굴절 …회전속도 '퍼즐' 기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블랙홀에서는 강력한 중력으로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래서 어두운 하늘에 검게만 보이는데, 블랙홀을 휘감고 도는 주변의 강착원반에서 나오는 강한 X선 빛이 블랙홀 존재를 간접적으로 확인해주는 증거가 돼왔다.

하지만 이 빛마저 일부는 블랙홀의 중력에 부메랑처럼 빨려들다가 튕겨 나오는 것이 확인됐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Caltech)에 따르면 이 대학 물리·수학·천문학부 라일리 코너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블랙홀 주변 원반에서 빠져나오던 빛이 원반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관측한 연구 결과를 정식 출간 전 논문을 수록하는 온라인 저널인 '아카이브(arXiv)'에 발표했다. 이 논문은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의 심사를 통과해 곧 게재될 예정이다.

블랙홀이 주변의 빛을 굴절시킬 것이라는 점은 1970년대에 이미 예측된 것이나 실제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블랙홀과 그 주변을 도는 태양과 비슷한 질량을 가진 항성으로 이뤄진 'XTE J1550-564' 관측 자료에서 증거를 찾아냈다.

이 관측 자료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블랙홀과 중성자별 관측을 위해 발사한 '로시 X선 타이밍 탐사선'(RXTE)이 1998년부터 2000년 사이에 포착한 것으로, 블랙홀이 항성 물질을 강착원반으로 끌어당겨 집어삼키는 과정이 담겨있다.

연구팀은 블랙홀 주변의 X선 빛을 자세히 관찰해 블랙홀 가까이서 빠져나온 빛이 원반으로 다시 빨려들었다가 나오는 흔적을 확인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캘텍 물리학 연구조교수 하비에르 가르시아 박사는 "블랙홀 주변 원반은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데 이론 물리학자들은 이 중 일부가 원반으로 되돌아오는 것으로 예측해 왔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런 예측을 처음으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을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것으로, 아직 초보 연구 단계에 있는 블랙홀의 회전 속도를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너스 박사는 "블랙홀은 매우 빠르게 회전해 빛을 굴절시킬뿐만아니라 뒤틀리게도 한다"면서 "이번 관측 결과는 블랙홀이 얼마나 빨리 도는지를 파악하는데 있어 또하나의 퍼즐 조각이 될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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