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갱단 코로나19로 휴전…주민 식량 배급 도와

입력 2020-04-08 18:50
남아공 갱단 코로나19로 휴전…주민 식량 배급 도와

목사 중재로 '기적', 치안당국은 회의적…평화 지속할지 미지수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주변 타운십에서 악명높던 갱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시 휴전에 들어간 대신 주민들에게 식량을 나눠주고 있다고 BBC방송이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로 라이벌 관계인 갱 두목들은 흑인 밀집지역인 타운십에서 끊임없이 벌이던 영역 싸움을 중지하고 봉쇄령으로 생계에 고통을 받는 가난한 주민들에게 식량꾸러미를 집마다 방문해 배급하고 있다.

이들의 휴전을 중재한 앤디 스틸 스미스 목사는 "봉쇄령에 돌입한 날 갱단 두목들에게서 자신들이 굶주리게 됐다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먹이사슬의 최상부에 있는 이들마저 봉쇄령으로 그런 형편이라면 그 나머지는 더욱 심각한 투쟁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스미스 목사는 서로 패싸움을 벌이던 갱들이 자신과 함께 지역사회를 돌보게 되자 "문자 그대로 기적"이라면서 "여러분이 자랑스럽다. 이런 모습을 보니 내가 오늘 죽어 천국에 가더라도 행복한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봉쇄령으로 힘든 주민들은 어떤 도움이든지 반기는 모습이다.



한 주민은 방송에 "갱들이란 건 없다. 이런 시기에는 우리 모두가 함께 서 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우리는 서로 돕기 위해 의존한다. 누가 뭔가 부족하면 돕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도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치안당국은 이들이 과연 '개과천선'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도시 치안위원회 위원인 JP 스미스는 "지난 수년 동안, 길게는 수십년간 주민들을 볼모로 삼아 고문하고 총을 쏘고 갈취하던 갱들이 갑자기 선행을 한다고 해서 이들을 용서하고 용납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갱들의 평화가 오는 16일까지 3주간의 봉쇄령 이후에도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갱단 멤버 가운데 한 명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다시 싸움을 할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럴 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신을 믿는다"고 말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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