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속 '위험한 경선' 강행 미 위스콘신…트럼프는 투표독려
밀워키, 투표소 180곳 중 5곳만 운영해 긴 행렬…차량이동형 투표소 등장
주 선관위, 13일까지 개표결과 공표 않기로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 위스콘신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와중인 7일(현지시간)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위험한 경선'을 실시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대부분 주가 경선을 연기하거나 우편투표로 돌렸지만 유독 위스콘신주는 주 전역에 자택 대피령이 내려진 비상 상황에 걸맞지 않게 투표소 투표를 강행했다.
토니 에버스 주지사가 전날 경선을 두 달 연기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공화당이 이에 반발하고 주 대법원이 반나절 만에 공화당 손을 들어주며 행정명령을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민의 감염 우려 확산 탓인지 이날 투표는 매우 비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로이터통신과 CNN방송에 따르면 주 최대 도시인 밀워키의 경우 선거 관리 요원이 부족해 180곳의 투표소 중 무려 175곳을 폐쇄했다.
또 위스콘신주의 자치구 중 절반 이상이 인력 부족을 호소해 주 방위군까지 투입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밀워키 한 투표소에는 마스크를 쓴 유권자가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몇 블록씩 길게 줄 서 있는 장면이 목격됐다. 한 유권자는 1시간 20분을 기다린 끝에 투표를 끝냈다고 한다.
투표소 안에서는 테이프를 이용해 유권자간 거리를 유지하도록 공간을 분리하고 멸균된 투표기구와 손 소독제가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이 몰리지 않도록 입장 인원도 제한됐으며, 신분 확인 과정에서도 선거 관리 요원과 유권자의 접촉이 최소화하도록 여러 장치가 마련됐다.
벨로이트시 등은 차량 이동형(드라이브 스루) 투표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선거 관리 요원이 신분을 확인한 뒤 투표용지를 차량에 타고 있는 유권자에게 전달하면 유권자가 투표를 마치고 개표 기계에 용지를 반납하는 방식이다.
70세의 한 유권자는 투표소 투표를 걱정했지만 차량이동형 투표소를 운영한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고 투표장을 찾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건강을 담보로 투표를 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일례로 서머싯 지역의 한 투표 관리 요원은 투표자 수가 평상시보다 훨씬 더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위스콘신주는 130만명이 부재자투표를 신청했지만 6일 기준 55만명가량이 투표지를 선관위에 보내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투표 강행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주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치러지는 공화당 경선에서 자신의 승리를 확신한 듯 오히려 대법관 선거에서 보수 후보인 대니얼 켈리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전날 밤부터 수차례 트윗을 올려 "위스콘신 대법원이 투표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판결했다", "투표하라", "위스콘신, 지금 나가서 켈리에게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민주당 경선 1위를 달리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유권자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는 한 투표가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또 다른 경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은 선거 강행을 결정한 주 대법원의 판결을 맹비난했다.
민주당 소속인 사티아 로즈-콘웨이 매디슨시장은 "이제 유권자들은 건강과 투표권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라며 "책임 있는 공직자들이 피하려고 노력한, 이치에 맞지 않는 선택"이라고 공화당을 비난했다.
이날 투표의 최종 개표 결과가 나오려면 일주일가량 걸릴 전망이다. 7일 기준 우체국 소인이 찍힌 부재자투표까지 유효 투표로 인정키로 해 이 용지가 도착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위스콘신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심야회의를 열어 오는 13일까지 투표 결과를 공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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