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대피령 와중 투표하라고' 미 위스콘신, 비판론에 경선 연기
주의회 연기 거부하자 주지사 경선 하루 앞두고 행정명령 발동
정당 내외부 갈등에 연기 결정까지 좌충우돌…소송전 이어질듯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 위스콘신주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불과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투표를 전격 연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주민들에게 자택 대피령까지 내려놓고도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정작 투표는 진행하겠다고 했다가 비판 여론과 보건 우려 앞에서 결국 연기를 결정한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민주당 소속 토니 에버스 주지사는 7일로 예정된 경선을 오는 6월 9일까지 두 달가량 연기한다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에버스 주지사는 "요점은 나는 주민을 안전하게 지킬 의무가 있다는 것이며, 이는 내가 오늘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유"라고 말했다.
에버스 주지사는 지난 3일 투표소 투표를 철회하고 5월 26일까지 우편투표만으로 선거를 하자고 주 의회에 제안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공화당이 다수석인 주 의회는 4일 임시회의를 열었지만 경선 철회를 결정하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며 에버스 주지사의 요청을 거부한 것이다.
이에 밀워키, 매디슨 등 위스콘신주의 10개 도시 시장은 전날 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수십만명의 유권자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투표소를 폐쇄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실제로 위스콘신은 자치구의 60% 가량이 관리 인력 부족으로 투표소를 통합하는가 하면, 주 방위군을 투입할 계획을 세울 정도로 혼선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위스콘신이 막판까지 경선 강행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은 투표일에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뿐만 아니라 주 대법관, 주 행정직 선거도 동시에 치러지는 데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선거 유불리를 둘러싼 정당 간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투표소 투표를 철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에버스 주지사도 그동안 우편투표 확대만 주문했을 뿐, 선거 자체를 연기하자는 요구를 하지 않았다가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압력을 받고서야 선거 연기로 돌아섰다고 한다.
위스콘신은 부재자투표 기한을 놓고서도 법적 마찰을 빚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선거 연기 소송을 제기하자 1, 2심 법원은 투표는 예정대로 하되 투표일인 7일까지 찍힌 우체국 소인은 부재자투표로 인정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행 주법은 우체국 소인과 상관없이 투표 당일 오후 8시까지 도착한 투표지만 인정하지만, 법원이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사실상 부재자투표 시한을 늘리는 결정을 한 것이다. 공화당은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상고한 상태다.
에버스 주지사의 행정명령은 또다른 법정 분쟁을 불러올 전망이다. AP통신은 "에버스 주지사는 이전에 자신이 행정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다고 말해왔다"며 "법원의 이의신청을 촉발할 가능성이 거의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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