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법원 "폴크스바겐, 차량에 임의조작장치"…소비자 손 들어줘
'디젤게이트' 관련 영국 집단소송 판결…실제 보상까지는 갈 길 멀어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독일에 이어 영국 법원도 폴크스바겐이 디젤차에 설치한 소프트웨어가 임의조작장치(defeat device)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폴크스바겐은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가 손해를 본 것이 없다며, 법적 다툼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6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런던 고등법원의 왁스먼 판사는 이날 폴크스바겐이 디젤차에 설치한 소프트웨어가 유럽연합(EU) 규제 하에서 금지된 임의조작장치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왁스먼 판사는 차량 내에 어떠한 임의조작장치도 설치하지 않았다는 폴크스바겐의 주장이 "전적으로 적절하지 않으며 매우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와 관련한 영국 내 집단소송의 일환이다.
'디젤 게이트'는 폴크스바겐이 지난 2015년 9월 1천70만대의 디젤 차량을 상대로 배기가스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고 시인한 사건이다. 영국에서는 관련 차량이 120만대가량 팔렸다.
폴크스바겐은 당시 환경 기준치를 맞추기 위해 주행 시험으로 판단될 때만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작동하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
실제 주행 시에는 연비 절감을 위해 저감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산화질소를 기준치 이상으로 배출하도록 했다.
폴크스바겐은 미국에서는 소비자와 환경당국, 주정부, 딜러 등과의 문제 해결을 위해 모두 250억 달러(약 30조원)를 지급했다. 아울러 50만대의 차량을 다시 사들였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이같은 보상합의 대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는 데 그쳤다.
이에 각국에서 잇따라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본고장인 독일에서도 지난해 10월 40만명 이상의 차량 소유주가 참여한 집단 소송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고, 영국에서도 지난해 12월 10만명의 폴크스바겐 소비자가 참여하는 소송 절차가 개시됐다.
이날 판결에서 폴크스바겐 차량 내에 설치된 소프트웨어가 임의조작장치라고 결론 났지만, 실제 소비자에 대한 피해 보상까지는 갈 길이 먼 것으로 평가된다.
폴크스바겐 대변인은 "오늘 법원의 판결은 책임이나 소송의 원인에 대한 어떠한 인과관계나 손실 문제도 결정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소송이 계속되면서 법원에서 결정돼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소비자들은 어떠한 손해를 입지 않았다"면서 "폴크스바겐은 우리가 법적 책임이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같은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을 대표해 집단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슬레이터와 고든'의 가레서 포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고객들이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폴크스바겐이 받아들이지 않았던 사실, 즉 배출가스 테스트를 속이기 위해 수백만 대의 차량에 임의조작장치를 장착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폴크스바겐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부끄러운 사건을 뒤로할 때"라고 강조했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