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조양호 회장 1주기…파란 겪은 한진 미래 여전히 '불확실'

입력 2020-04-07 07:11
故 조양호 회장 1주기…파란 겪은 한진 미래 여전히 '불확실'

아버지 뒤이은 조원태 회장은 경영권 방어 1차 성공…장기전 돌입

코로나19로 항공업계 위기…경영 정상화·지배구조 개선 등 관건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국내 항공산업에 큰 획을 그은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지 8일로 1년이 된다.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과 사상 처음으로 주주 손에 밀려난 대기업 총수라는 불명예 속에 2대 회장을 떠나보낸 한진그룹의 미래는 경영권 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여전히 밝지만은 않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1주기를 맞아 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그룹 임원만 참석한 가운데 간단하게 추모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이날 추모 행사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180640] 전무도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은 이 자리에 함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측은 조양호 회장의 1주기를 맞아 다양한 추모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2월에는 추모사업의 일환으로 '이화여대 섬유화질환 제어 연구센터'와 협약을 맺고 해외 학회 참석과 강연자 초청 등을 위한 항공권을 후원하기로 했다.

작년 4월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병원에서 폐 질환으로 별세한 조양호 회장은 국내 항공산업의 반세기 역사와 함께 한 인물이다.

1949년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1992년 대한항공 사장에 오른 뒤 1999년 대한항공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며 선친에 이어 그룹 경영을 주도했다.

외환 위기와 9·11테러 등으로 인한 항공업계의 위기 상황을 기회로 만들었고,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Sky Team) 창설을 주도하기도 했다. '항공업계의 유엔'으로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 국제무대에서 한국 항공업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또 스포츠에도 관심이 많아 대한탁구협회 회장, 대한체육회 부회장 등 스포츠 지원 활동도 활발히 펼쳤으며, 특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올림픽 유치를 성사시켰다.

사후인 작년 11월에는 한미 양국 관계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미 친선 비영리 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수여하는 '밴 플리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항공사에 큰 족적을 남긴 조 회장이지만 말년은 그동안의 '공든 탑'이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봐야 할 정도로 순탄치 않았다.

'수송보국(輸送報國)'을 기치로 이끌어 온 국내 1위 선사 한진해운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친 해운업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거쳐 2017년 끝내 파산하는 아픔을 겪었다.

여기에 2014년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에 이어 2018년 차녀 조현민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을 계기로 총수 일가 전체가 각종 불법·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온 국민의 공분을 샀고, 수백억원대 상속세 탈루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말년에는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을 박탈당하는 등 경영권 압박을 받는 처지에 몰리기도 했다.

조양호 회장의 별세 이후 장남인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총수 지정이 연기되는 등 승계 과정이 마냥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일견 봉합된 것처럼 보였던 내부 갈등은 작년 말 조현아 전 부사장이 "조원태 대표이사가 (선친의)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다"며 반기를 들며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그동안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해 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그룹 '우군'으로 알려졌던 반도건설과 손잡고 '반(反) 조원태 연합'을 구축해 '조원태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7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며 사실상 '완승'을 거뒀지만, 3자 연합이 여전히 한진칼 지분을 끌어모으며 '포스트 주총'에 대비하고 있어 경영권 다툼은 장기전에 접어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계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봉착했다.

대한항공도 국제선 운항 횟수가 90%가량 감소했고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여대가 운항하지 못하고 공항에 그대로 세워져 있게 되면서 경영 악화에 직면했다.

조원태 회장 앞에는 재무구조 개선을 비롯한 경영 정상화 외에도 지배구조 개선 등의 과제도 남아있다.

최근 한진칼과 대한항공이 사상 처음으로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를 선임하며 지배구조 개선에 시동을 건 만큼 실제로 이사회가 총수 일가의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지키고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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