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대 "수학 난제 'ABC 추측' 증명됐다"…심사에만 7년반

입력 2020-04-04 17:50
교토대 "수학 난제 'ABC 추측' 증명됐다"…심사에만 7년반

필즈상 페터 교수 "증명 안 됐다" 반응…학계서 인정받을지 미지수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35년간 수학의 난제였던 'ABC 추측(또는 추론)'(ABC conjecture)이 증명됐다고 일본 교토(京都)대가 발표했다.

4일 아사히(朝日)신문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모치즈키 신이치(望月新一·51) 교토대 수리해석연구소 교수가 ABC 추측을 증명했다며 쓴 논문이 올바르다는 것이 확인돼 학술지 '피림스'(PRIMS) 게재가 결정됐다고 교토대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밝혔다.

ABC 추측은 1985년 스위스와 프랑스의 수학자가 제창한 정수의 덧셈과 곱셈의 관계에 관한 설명으로 이를 증명하는 것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맞먹는 난제로 꼽혔다.

보도에 따르면 1 이외의 공약수가 없는 자연수(서로 소) A, B와 이 둘을 합한 C가 있을 때(A+B=C) A, B, C를 소인수 분해해 나온 소수들을 곱한 값을 D라고 하면 대부분 D가 C보다 크며(D>C), 반대로 C가 D보다 큰 경우(D<C)는 드물다는 게 ABC 추측의 골자다.

예를 들어 A를 4, B를 9라고 가정하면 C는 13(4+9=13)이 된다.

A, B, C를 소인수 분해하면 소인수 2, 3, 13이 각각 얻어지므로 D는 78(2×3×13=78)이 돼 C보다 크다. ABC 추측에 의하면 이런 사례는 매우 많다.

반면 A를 1, B를 8이라고 하면 C는 9가 된다.

1은 소인수가 없고 8과 9에서 2와 3을 각각 소인수로 얻을 수 있으므로 D는 6(2×3=6)이 된다.

이 경우 C가 D보다 커지는데 이는 일종의 드문 사례라는 것이다.

ABC 추측은 직관적으로 보면 당연한 설명 같지만 A, B, C 조합이 무수히 많아서 이를 증명하기 쉽지 않다.

모치즈키 교수는 2000년 ABC 추측 증명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2012년 8월에 이를 증명했다며 자신의 홈페이지에 600여쪽 분량의 논문 4편을 공개하고 피림스에 투고했다.

피림스 편집위원회는 복수의 수학자에게 의뢰해 논문 검증을 시작했고 약 7년 반만인 올해 2월 논문이 게재를 결정했다.

피림스는 교토대 수리해석연구소가 편집하고 유럽수학회가 발행한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모치즈키 교수가 편집위원장이지만 자신의 논문 심사에는 관여하지 못하도록 특별편집위원회를 열어 심사했다

특별편집위원장인 다마가와 아키오(玉川安騎男) 교토대 수리해석연구소 교수는 "학문적 관점에서 신중한 논의를 거듭해 증명이 올바르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논문은 50∼60쪽에 심사에 수개월∼2년 정도 걸리는데 모치즈키 교수의 논문은 600쪽이 넘고 심사도 이례적으로 오래 걸렸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교토대가 공식 발표에도 모치즈키 교수의 논문이 학계에서 완전한 증명으로 인정받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2018년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은 페터 숄체 독일 본대 교수(정수론)는 "이전에 교토대를 방문했을 때 모치즈키 교수와 논의한 후 이론에 중대한 문제가 있으며 간단히 바로잡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치즈키 교수의 논문에 관해 "증명이 되지 않았으며 ABC 추측은 지금도 추측인 채로 있다. 그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이번에 논문이 받아들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고 덧붙였다.

모치즈키 교수는 5살 때 미국으로 건너갔고 고등학교를 2년 만에 마치고 16살에 프린스턴대학에 입학했으며 19살에 프린스턴대 대학원 수학과를 졸업해 일본의 천재 수학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27세에 교토대 조교수로 임용됐고 32세에 교수로 취임했다.

그는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연구에 몰두하며 많은 사람이 모이는 학회나 간담회에 참가한 경우가 매우 드물고 외국에서 온 강연 의뢰 등도 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아사히는 소개했다.

일본 언론은 모치즈키 교수가 이번 논문과 관련해 전혀 취재에 응하지 않았고 회견장에도 나오지 않았다고 그의 독특한 대응을 전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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