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마스크·고장난 호흡기…미국서 비축 의료장비 품질 논란

입력 2020-04-04 16:21
낡은 마스크·고장난 호흡기…미국서 비축 의료장비 품질 논란

유통기한 10년 지난 신종플루 마스크까지…가드너 상원의원 조사 촉구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의료장비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미국에서 정부 비축분으로 제공된 일부 장비가 너무 오래되거나 고장 나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은 3일(현지시간) 미국 일부 주(州)에 오래되거나 고장난 마스크와 장갑, 인공호흡기 등의 의료장비가 배급돼 의료진이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앨라배마주에 도착한 마스크 약 6천개는 너무 낡아 삭은 상태인 데다 사용기한은 이미 10년이 지난 2010년까지였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보내진 인공호흡기 150개는 수리가 필요한 상태였으며, 오리건주에는 탄성이 떨어져 고무줄이 끊어질 위험이 있는 마스크가 배급됐다.

또 뉴햄프셔주에는 '라텍스 알레르기'를 유발해 사용이 불가한 의료용 장갑 1만6천여개가 도착했다.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주지사 대변인은 "국가전략비축분에서 받은 장비 중 일부는 사용 기한이 훨씬 지나있었다"면서 "기한이 만료된 장비 대다수를 코로나19 대응에 사용할 수 있다고 듣긴 했지만, 수술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심지어 일부 장비가 10년도 더 된 '신종플루'(H1N1) 사태 때 정부가 구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변인은 고무줄에 문제가 있는 마스크는 과거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회수했던 것이라며 해당 의료장비를 의료진에게 아예 배포하지 않기로 했다.

AP통신은 여러 주지사가 정부의 비축 장비 배급이 늦어지거나 요청한 것보다 훨씬 적은 지원 물품을 받고 항의하지만, 막상 도착한 장비가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을 보고 당혹감이 배가 됐다고 전했다.

이에 콜로라도주의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은 이날 비축된 인공호흡기의 공급 및 유통관리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고, 뉴햄프셔주 의회는 미 보건복지부(HHS)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앞서 CDC는 일부 품목이 제조업체가 지정한 유통기한을 초과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긴급 수요 때문에 병원에 배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면서 미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에서도 의료장비 부족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이날 기자회견서 인공호흡기가 6일분만 남았다고 밝힌 가운데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도 지역구인 뉴올리언스의 의료장비 재고가 오는 7일이면 바닥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랑스 일드프랑스지방의 발레리 페크레스 광역의회 의장은 각국이 마스크 물량을 찾아다니며 입찰 경쟁을 벌이는 것을 두고 '세계적 보물찾기'라고 표현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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