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가 자폐증에 잘 걸리는 이유 밝혀졌다"

입력 2020-04-04 11:18
"남자아이가 자폐증에 잘 걸리는 이유 밝혀졌다"

X염색체 유전자 결함, 남은 Y염색체 유전자로 채우지 못해

미 NINDS 연구진, 저널 '뉴런'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흔히 자폐증으로 통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는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가 잘 걸린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를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신경질환 뇌졸중 연구소(NINDS)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관련 논문은 저널 '뉴런(Neuron)'에 실렸다.

4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인간의 세포에는 두 개의 성염색체가 있다. 남성은 X염색체와 Y염색체가 하나씩이고, 여성은 X염색체만 두 개다.

NINDS의 캐서린 로슈 박사팀은 X염색체와 Y염색체에 있는 두 종류의 NLGN4 유전자, 즉 NLGN4X와 NLGN4Y를 비교했다.

NLGN4 유전자는 뇌 신경세포(뉴런) 연접부인 시냅스의 형성과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이들 두 유전자가 뉴런에서 거의 똑같은 기능을 할 거로 추정했다. 두 유전자의 코드로 만들어지는 단백질이 97%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달랐다. 로슈 박사팀은 두 유전자의 신호로 생성되는 단백질이 서로 다른 기능을 한다는 걸 발견했다.

예컨대 남성에만 있는 NLGN4Y의 코드로 만들어지는 단백질은, 뉴런 표면에 근접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그 결과 시냅스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했고, 뉴런과 뉴런 사이의 신호 전달에도 장애를 가져왔다.

NLGN4Y의 이런 문제는 단 하나의 아미노산이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에서 비롯됐다. NLGN4X도 이 아미노산을 둘러싸고 있는 영역이 돌연변이에 민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ASD나 지적 장애를 가진 환자는 이 영역에서 다수의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NLGN4X의 영역에서 단백질 수위에 영향을 줄 만한 돌연변이가 생기면, 이런 ASD 연관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여성의 경우 NLGN4X 유전자 한 개가 돌연변이를 일으켜도 나머지 하나가 기능을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남자아이는 남은 NLGN4Y로 고장 난 NLGN4X를 대신할 수 없다. NLGN4X는 기능이 다른 유전자이기 때문이다.

NLGN4X의 돌연변이와 관련된 자폐증이 남자아이한테 더 많이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논문의 제1 저자인 띠엔 A. 응우엔 박사는 "NLGN4X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넓은 범위에서 뇌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면서 "하지만 NLGNY의 역할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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