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코빈 영 노동당 대표 "정부결정 이의제기가 야당 의무"

입력 2020-04-03 19:04
물러나는 코빈 영 노동당 대표 "정부결정 이의제기가 야당 의무"

"코로나19 대응 위해 보수당과 손잡으면 안 돼" 강조

"브렉시트·언론 적대감에 총선 패배"…노동당, 내일 새 대표 발표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70)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0) 대응을 위해 노동당이 정당을 초월한 거국내각(national Government)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야당 본연의 자세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최악의 패배를 기록하면서 코빈 대표는 대표직 사임을 결정했다.

그동안 후임 당대표 경선을 진행한 노동당은 지난 2일 투표를 완료한 뒤 오는 4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후임 발표를 앞둔 코빈 대표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보수당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지난 총선 결과에 대한 소회 등을 털어놨다고 일간 텔레그래프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영국이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 노동당이 보수당 정부와의 연합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코빈 대표는 그러나 "정부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야당의 의무"라며 "우리는 정부의 경제적 대응, 일자리 보호 결정에 도전해야 한다. 그것이 더 좋은 정부와 더 나은 결정을 얻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두가 하나가 된 다음에 '우리는 전적으로 뭉쳐서 서로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민주적 사회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자신이 내놓았던 많은 좌파 정책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철도 국유화, 보편적 인터넷망, 사회 안정성을 위한 복지체계 개편 등을 주장한 자신이 비판받았지만, 지금 보리스 존슨 총리가 철도 국유화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물러난 뒤에도 노동당이 이같은 정책을 계승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내가 열정적으로 믿는 모든 대의명분을 지지하도록 노동당을 격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코로나19 긴급구제로 인한 국가부채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코빈 대표는 계속 노동당 지도부에 남아있을지를 묻자 이는 후임 당대표가 결정할 문제라고 답변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당을 위해 일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빈 대표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매우 좋다"면서 "충분한 거리를 두면서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고 있다. 가능한 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담배를 피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는다. 스스로 작물을 기르는 채식주의자이기도 하다"면서 "인생에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4년 반 동안의 노동당 대표 시절 가장 후회하는 일을 묻자 지난해 12월 총선 패배를 꼽았다.

그는 "분명히 모든 것을 총선 캠페인에 쏟아부었다"면서도 "결국은 브렉시트(Brexit)를 둘러싼 이견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컸다. 보리스 존슨은 그가 아직 전달하지 못한 매우 단순한 것을 (해법으로) 제안했었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2017년 총선 때보다 언론이 노동당에 더 적대적이었다고 비판하면서, 그러한 점들이 차이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코빈 대표는 그러나 "내가 당을 이끌었다. (총선 패배에)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내놓은 정책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매우 자랑스럽다"면서 "브렉시트가 문제를 일으킨 것 같다"고 밝혔다.

코빈 대표는 "우리가 말한 권력과 부의 재분배는 그때만큼이나 지금 적절함을 가지고 있으며,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으로 훨씬 적절하다고 느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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