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가 침입하는 '세포의 문' 막는 법 알아냈다"
ACE2 수용체 조작한 '용해성 재조합형', 바이러스-세포 흡착 차단
스웨덴·캐나다 공동 연구진, 저널 '셀'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비화하면서 국제 의과학 논문에 자주 인용되는 단백질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스파이크 단백질로 인간 세포의 표면에 달라붙을 때 이용하는 ACE2라는 수용체다. 이들 둘이 연결되지 않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의 몸에 침입할 수 없다.
그런데 ACE2를 유전적으로 조작한 '용해성 재조합형' 카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세포의 연결을 차단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한 생명공학 회사가 개발한 폐 질환 치료제를 인간 배양 세포와 오르가노이드(organoid)에 투여해 이런 효과를 확인했다.
ACE2의 재조합형을 '작용물질(active substance)'로 삼아 개발한 이 치료제(APN01)는 이미 임상 2상을 마쳤고, 조만간 코로나19에 대해서도 임상 선행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세포 침입을 최고 5천분의 1로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의대와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의대 연구진이 공동으로 수행했고, 관련 논문은 저널 '셀(Cell)'에 실렸다.
3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 치료법은 특히 감염 초기의 코로나19 환자에게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카롤린스카 의대의 알리 미라지니 진단검사 의학과 부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떻게 인체 세포에 감염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제시했다"라면서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건 hrsACE2라는 유전자 조작 단백질(효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스파이크 단백질로 ACE2 수용체와 결합하는 감염 경로는, 이번 사태가 터진 이후에 진행된 바이러스 연구에서도 거듭 확인됐다.
ACE2는 원래 폐와 다른 기관의 정상적인 기능 수행에 도움을 주는 효소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붙으면 세포를 손상한다. 코로나19 환자에게 심한 폐렴과 다발성 장기 부전이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로 개발된 hrsACE2는 ACE2를 유전공학 기술로 조작한 변이형이다.
그래서 ACE2 앞에 '용해성 인간 재조합형(human recombinant soluble)'이라는 의미의 머리글자 'hrs'를 붙였다.
hrsACE2는 배양 세포 실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증식을 최하 1천분의 1에서 최고 5천분의 1로 억제했다. 성장이 위축되는 정도는 바이러스의 규모와 투여량의 비율에 따라 달라졌다.
이 데이터는 신장과 혈관의 오르가노이드 실험에서도 동일하게 검증됐다. 오르가노이드는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배양한 소형 유사 장기를 말한다.
미라지니 교수는 "일종의 효소 카피인 hrsACE2는, 바이러스가 실제의 세포 대신 자기한테 달라붙게 유도한다"라면서 "이렇게 바이러스의 세포 감염에 혼란을 일으켜 폐나 다른 기관에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UBC 의대의 조지프 페닝거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처음 나타난 사스 바이러스의 형제자매와 같아, 이전의 연구가 ACE2 수용체를 확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라면서 "이제 ACE2의 용해성 카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세포의 연결을 교란한다는 걸 알았으니, 매우 합리적인 치료 표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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