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직접 조상 H.에렉투스, '루시' 등과 같은 지역서 살아

입력 2020-04-03 11:03
인류 직접 조상 H.에렉투스, '루시' 등과 같은 지역서 살아

남아공서 20만년 앞선 화석 발굴…인류 초기 역사 다시 써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아프리카 남부에서 현생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인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의 200만년 전 두개골 화석이 발굴돼 인류의 초기 역사가 다시 쓰이게 됐다.

지금까지 H.에렉투스는 약 180만년 전 화석이 가장 오래된 것이었으며, 아프리카 동부에서 발생해 다른 대륙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번 발굴로 H.에렉투스가 살았던 시기가 15만~20만년가량 더 거슬러 올라갔으며, 아프리카 남부에서 사람족(Hominin)의 다른 속(屬)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 파란트로푸스(Paranthropus)와 같은 지역에서 살다가 북진하며 아프리카 동부로 이동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대학에 따르면 호주 라트로브대학 고고역사학과 앤디 헤리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요하네스버그 북서부 '드리몰렌' 채석장에서 발견된 두개골 화석 'DNH 134'에 대한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발표했다.

드리몰렌 채석장은 사람족 화석이 많이 발굴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인류의 요람'(Cradle of Humankind) 내에 있는 화석 발굴지로 이곳에서만 두 종의 사람족 화석이 발굴됐다.

파편 형태로 발굴된 DNH 134는 복원 결과, 상대적으로 두뇌가 크고 눈물방울 모양을 하고 있어 H.에렉투스로 판명됐다.

연구팀은 우라늄-납 연대측정과 고(古)지자기연대측정을 비롯한 가능한 모든 연대측정법을 동원해 이 두개골 화석이 204만~195만년 전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와함께 DNH 134의 주인이 2~3세 때 사망했다는 것도 밝혀냈다.

이는 H.에렉투스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파란트로푸스 등과 드리몰렌 지역에서 같은 시기에 살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헤리스 교수는 이와 관련 "우리는 이제 H.에렉투스가 아프리카 남부에서 파란트로푸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등 두 종류의 다른 인류와 풍경을 공유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들이 같은 지역에 살면서 생존 경쟁을 피하려면 이런 풍경에서 음식 등에서 서로 다른 부분을 이용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파란트로푸스 로부스투스는 덩이줄기나 뿌리 등을 주로 먹어 치아가 커졌으며, H.에렉투스는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체격을 갖고 멀리까지 이동하며 과일이나 딸기류 등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섭취하는 형태로 나타난 것으로 설명됐다.

H.에렉투스도 고기를 먹었지만 이를 어떻게 얻게 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연구팀은 적어도 H.에렉투스 초기에는 무기를 갖고 사냥하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고 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아프리카 남부가 따뜻하고 습한 지역에서 건조한 지역으로 바뀌고 기온이 낮아지던 상황이어서 H.에렉투스가 먼 거리까지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은 장점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파란트로푸스는 따뜻하고 습한 지역에서 진화하며 적응해 숲이 사라지고 사바나 초지로 바뀌면서 기온이 내려가는 상황에 H.에렉투스만큼 적응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기온이 내려갈수록 이동력이나 사회성에서 앞서는 H.에렉투스에게 더 유리했을 것이라면서 이는 파란트로푸스가 덜 매력적인 음식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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