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유발 타우 단백질, 뇌에 어떻게 퍼지는지 알아냈다"
변형 타우의 뇌 확산에 관여하는 뉴런 세포막 지질단백질 발견
UC 산타바버라 연구진, 저널 '네이처'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뇌 신경세포(뉴런)에서 흔히 발견되는 타우 단백질은 전측두엽 치매, 알츠하이머병, 만성 외상성 뇌병변증 등 신경 퇴행 질환의 주범으로 꼽힌다.
그러나 정상적인 타우 단백질은 뉴런의 구조 및 안정성 유지와 세포 내 영양분 운반 등에 도움을 준다.
모든 문제는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인 형태로 접히는 데서 시작된다.
이렇게 잘못 접힌 타우는 끈끈하고 잘 분해되지 않는 성질로 변하면서 뉴런 안에 '신경 섬유 다발(neurofibrillary tangle)'을 형성해, 뉴런의 기능을 교란하다가 결국 죽음으로 이끈다.
이렇게 변형된 타우 단백질은 광우병 등 '프라이온 질병(prion diseases)'과 흡사하게, 한 뉴런에서 인접한 다른 뉴런으로 퍼져 나간다.
접힘 구조에 문제가 생긴 타우 단백질이 뉴런을 빠져나오면, 곁에 있던 정상 뉴런이 빨아들인 뒤 이를 형판으로 삼아 다시 잘못 접힌 타우를 생성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돼 뇌 조직에 넓게 확산하면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 질환이 생긴다.
이처럼 병을 일으키는 변형 타우 단백질이 뇌 신경조직에 퍼지는 메커니즘을 마침내 미국 캘리포니아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이 발견은 비정상 타우 단백질의 확산을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실마리가 될 거로 기대된다.
산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UC 산타바버라)의 케네스 S. 코지크 신경과학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2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이 메커니즘에서 핵심 작용을 하는 건 LRP1이라는 저밀도 지질단백질이다.
뉴런의 세포막에 존재하는 이 지질단백질은, 뉴런의 세포 골격 형성에 필요한 콜레스테롤 흡수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알고 보니 뉴런 밖으로 탈출한 변형 타우를 인접한 뉴런으로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LRP1이었다.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 기술로 몇몇 저밀도 지질단백질 수용체의 발현을 하나하나 억제하는 반응 실험을 통해, 타우 단백질의 흡수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LRP1을 찾아냈다.
코지크 교수는 "이 지질단백질은 세포 밖 영역의 쓰레기통처럼 작용해 그 자체로 흥미로웠다"라면서 "타우 단백질뿐 아니라 다른 노폐물이 있으면 함께 빨아들였다"라고 말했다.
타우 단백질을 식별하는 표시 역할을 하는 건 필수아미노산 라이신(lysine)이었다. 타우 단백질의 표면에서 뻗어 나온 라이신이 LRP1과 '비밀 악수(secret handshake)'를 해 뉴런의 문을 여는 것과 비슷했다.
생쥐 실험 결과, LRP1 생성 코드를 가진 유전자가 정상이면 타우 단백질이 뇌세포에 널리 퍼졌고, 반대로 LRP1 유전자를 억제하면 정상 뉴런이 변형 타우를 흡수한 뒤 재생성하는 게 확연히 줄었다.
비록 동물 실험이지만 타우 단백질의 뇌세포 확산이 완전히 멈춘 걸 관찰하기는 처음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코지크 교수팀의 다음 목표는, LRP1이 타우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는 인터페이스(interface)를 해독해, 약물 개발의 표적이 될 수 있는지 타진하는 것이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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