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물가 1.0% ↑…코로나19 '집콕'에 가공식품 가격 올라(종합2보)

입력 2020-04-02 11:44
3월 물가 1.0% ↑…코로나19 '집콕'에 가공식품 가격 올라(종합2보)

OECD 기준 근원물가 0.4% 상승…20년3개월 만에 최저

마스크 오프라인 판매 가격 2천800원→1천800원으로 안정세

"시차두고 국제유가 하락 반영되면 물가상승률 추가 둔화 가능성"



(세종=연합뉴스) 김연정 이대희 김경윤 기자 = 소비자물가가 3개월 연속 1%대 상승세를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소비패턴이 바뀌면서 품목에 따라 물가 상승률이 엇갈렸다.

감염 예방을 위해 외출을 자제하면서 가정 내 식재료 소비가 증가했고 가공식품과 축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면 외식비 상승률은 0.9%에 그쳤고 콘도와 호텔 이용료는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가 20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물가 상승률이 이후에도 1%대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2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54(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개월 연속 1%를 밑돌았으나 올해 1월 1.5%로 올라선 뒤 2월 1.1%, 3월 1.0%로 석 달 연속 1%대를 나타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을 가로막던 기저 효과가 사라지고 석유류 가격이 오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품목 성질별로 나눠보면 농·축·수산물 가격이 3.2%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0.24%포인트 끌어올렸다. 석유류 가격도 6.6% 상승해 물가 상승률을 0.26%포인트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코로나19로 가정 내 식재료 수요가 늘면서 달걀 가격이 20.3%, 돼지고기는 9.9% 상승했다. 이 영향 속에 축산물과 수산물 가격은 각각 6.7%, 7.3% 올랐다.

공업제품 가격은 1.3% 상승했다. 가공식품 상승률이 1.7%,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 6.6%였다.

유류세 한시 인하가 종료된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이 올랐지만, 국제유가 하락이 일부 영향을 미치면서 상승세가 제한됐다.

공업제품에서는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로 승용차 가격이 하락했다. 소형승용차와 대형승용차는 2.3%, 1.1% 내렸고, 중형승용차(2.1%)와 수입승용차(1.6%)는 상승폭이 크게 둔화했다.

지난달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0.5%로, 전월(0.4%)에 이어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서비스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는 가격 상승 요인이 많은 연초인데도 0.9% 상승에 그쳤다.

호텔숙박료는 5.2% 하락해 2010년 8월(-9.4%) 이후 최저였고, 콘도 이용료도 3.1% 하락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감염 예방을 위한 소비패턴 변화로 외출을 자제하고 가정 내에서 음식을 해서 먹는 수요가 늘었다"며 "경기 진작 정책이 물가에 영향을 미쳤고, 국제적으로는 경기가 나빠져 국제유가가 하락한 점이 국내 유가에 반영되며 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마스크 가격(KF94 방역용 기준)은 코로나19 사태로 가격이 급격히 오르다가 공적 마스크 요일제 판매를 시작한 이후 상승세가 확연히 꺾였다.

통계청의 일일 가격조사 결과 마스크 오프라인 판매가격은 2천800원까지 올랐다가 1천800원대로 내렸다. 특히 약국의 마스크 가격은 공적 마스크 판매가격(1천500원)과 큰 차이가 없는 1천600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마스크 온라인 판매가격은 5천원대까지 올랐다가 최근 4천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약국에서의 마스크 판매가격은 1천500원 후반에서 1천600원 정도로 공적 마스크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마스크 가격이 안정세를 찾았다고 보고 일일 가격조사를 최근 주 2회로 변경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0%대에 머물렀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0.7% 상승했다.

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 대비 0.4%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9년 12월(0.1%) 이후 20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체감물가를 파악하기 위해 전체 460개 품목 가운데 자주 구매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8% 상승했다.

어류·조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3.8%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에 소유주택을 사용하면서 드는 서비스 비용을 추가한 자가주거비포함지수는 1년 전보다 0.8% 올랐다.

물가상승률이 올해 들어 3개월째 1%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같은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 심의관은 "국제유가는 3∼4주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이 되는데 국제유가 하락이 반영되면 (물가상승률) 추가 하락(둔화) 가능성이 있다"며 "개학이 늦어지면서 고교 납입금이 3월에 제대로 반영이 안 됐는데 4월에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요가 안좋아져 물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물가는 후행 지표로 영향이 천천히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작년에 물가가 낮았던 기저 효과가 있어서 향후 물가가 마이너스(-)로 가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정부도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이 향후 물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며 "물가 상·하방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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