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급감에도 증산…미 셰일업계, 파산·경영진교체 잇따라
"석유업게, 3일 백악관서 트럼프와 회동"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수요가 급감했지만, 정작 미국의 원유 생산은 늘었다고 경제매체 CNBC 방송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증산 경쟁'과 맞물려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미국 셰일 업계가 휘청이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생산을 이어간 것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주 원유생산은 하루 평균 1천300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생산량에 근접하는 규모라고 CNBC 방송은 전했다.
반면 미국 경제가 '셧다운' 되면서 휘발유 수요는 하루 880만 배럴에서 670만 배럴로 감소했다.
전세계 원유 수요의 약 10%를 차지하는 미국의 휘발유 수요는 하루 620만 배럴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원유재고도 지난주 약 1천380만 배럴 늘었다. 450만 배럴 증가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이에 따라 원유 저장공간부터 빠듯한 실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유가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략 비축유'를 대량 구매하면서 "(저장고의) 꼭지까지 채우겠다"고 밝혔지만, 멕시코만 저장시설의 여력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가 급감한 데다 산유국들이 잇따라 증산에 나서면서 수요·공급 모두 유가를 압박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셰일 업계는 사실상 붕괴 위기에 놓였다.
수평 시추와 수압파쇄 등 혁신적인 기술을 자랑하는 셰일 업계는 채굴 원가가 높기 때문에 유가 폭락 국면에선 버티기 어려운 구조다.
셰일 업계는 배럴당 40∼50달러에서 채산성을 가질 수 있지만,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현재 배럴당 10달러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초대형 셰일업체인 옥시덴탈에선 핵심 경영진인 오스카 브라운 수석부사장이 물러났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옥시덴탈 경영진은 지난해 셰일업체 아나다코를 거액에 인수한 탓에 외부 충격에 취약한 재무구조를 만들었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브라운은 아나다코 인수전을 진두지휘했다.
셰일업체 '화이팅'(Whiting Petroleum)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일 백악관에서 석유 업계 대표들을 만난다고 WSJ은 보도했다.
엑손모빌 대런 우즈, 셰브런 마이크 워스, 옥시덴탈 비키 홀럽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석유업계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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