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코로나19 검사받기 '하늘의 별따기'…불안감 증폭

입력 2020-04-02 01:47
수정 2020-04-02 17:37
프랑스 코로나19 검사받기 '하늘의 별따기'…불안감 증폭

심한 호흡곤란 정도 아니면 일반인 코로나19 검사받기 사실상 불가능

프랑스 정부, 외국에 진단키트 500만개 주문해 인도 기다려…상황 개선 예상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계속 확산하는 프랑스에서 진단키트 부족으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검사를 받지 못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현재 기침이나 발열 등의 증세가 있는 시민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를 병원에서 검사받는 것이 극히 까다롭다.

프랑스는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 가운데 유증상자, 호흡곤란 등 심각한 증세를 호소하는 중증 의심 환자만을 상대로 선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시행 중이다.

프랑스 정부가 밝힌 현재 일일 코로나19 진단 능력(PCR 방식)의 한계는 최대 1만2천명 정도다. 그나마 사태 초기보다 대폭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 시민들의 코로나19 검사에 대한 접근은 매우 힘들다.

파리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최근 인후통과 몸살 등 감기 증세로 시내 병원을 찾았다가 프랑스인 의사로부터 "심한 호흡곤란 정도가 아니라면 의사가 코로나19 의심환자로 판단하더라도 관련 검사를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프랑스 정부는 심각한 증상이 아니라면 병원에 방문하는 것도 당분간 자제하라고 권고할 정도다.

수도권 일드프랑스 지방과 동부 그랑데스트 지방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지역에서는 확진자 증가세로 집중치료병상과 의료진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원격진료가 허용된 프랑스에서는 의사들이 원격진료 애플리케이션 등 온라인 도구를 이용해 환자를 진료하는 사례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크게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러 증상을 갖고 있음에도 자신이 코로나19에 걸렸는지 알지 못해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의 진단과 검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 방역에 구멍이 뚫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프랑스 정부는 중국, 한국 등 아시아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할 때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다가 유럽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자 지난달 중순에야 부랴부랴 상점 영업금지와 전 국민 이동제한령 등 극약처방을 내렸다.

일간 르 몽드는 1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진단이 널리 이뤄지지 않아 무증상 감염자들이 부지불식간에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가능성을 우려했다.

신문은 무증상 감염자들은 자신이 감염된 줄도 모른 채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 있기에 현재 가장 큰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의사인 세바스티앙 아드노 씨는 르 몽드에 "감염자라는 것을 알면 자가격리를 훨씬 더 철저히 지킬 텐데 우리 동네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아직도 거리에서 산책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코로나19 의심 환자에 대한 검사를 점차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올리비에 베랑 보건장관은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일주일 안에 매일 2만5천~3만명 수준으로 검사능력을 끌어올리고, 4월 말에는 5만명 수준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외국에서 코로나19 신속 검사키트 500만개를 주문해 초기 물량 인도를 기다리고 있다.

르 몽드는 "키트가 오기까지 기다리면서 당분간 불확실성 속에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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