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장기업 수익성 악화…올해 전망은 '시계 제로'(종합)
내수 부진·무역 분쟁에 작년 실적 부진
'코로나19'로 경기침체 우려…올해 실적 전망도 '먹구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곽민서 기자 = 지난해 내수 부진과 미중 무역 분쟁 등의 여파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요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실적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지난해 상품 1천원어치 팔면 26원 남아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는 수익성 측면에서 매우 부진했다.
1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83곳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지난해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전년보다 0.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7.04%, 52.82%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5.09%,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2.61%로 각각 전년 대비 3.03%포인트, 2.95%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천원짜리 상품을 팔아 51원가량 영업이익을 내고 이 가운데 손에 쥔 돈은 26원에 불과했다는 이야기다.
업종별로 보면 섬유·의복(137.23%), 건설업(78.64%), 운수 장비(51.12%) 등 6개 업종의 순이익은 증가했다.
반면 전기·전자(-64.75%), 화학(-60.45%), 종이·목재(-55.85%) 등 9개 업종은 순이익이 감소했다.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이 급감한 데는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삼성전자[005930]의 영업이익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8.02% 감소했다. 이는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 감소 폭(37.04%)보다는 작았다.
코스닥 기업은 외형이 성장하고 영업이익도 개선됐지만, 순이익은 부진했다.
거래소와 코스닥협회가 집계한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사 946곳의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8.39%, 4.63% 증가했다. 다만 순이익은 10.47% 감소했다.
코스닥에서 정보기술(IT) 업종(357개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9.58%, 4.69%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6.55% 감소했다.
비(非) IT 업종(589개사)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72%, 4.57% 늘고, 순이익은 14.22% 감소했다.
◇ 코로나19 충격 탓 올해도 실적 전망 '흐림'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도 상장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특히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으로도 급속히 확산하면서 올해경기침체가 지구촌 경제를 강타할 것이며 언제 경기가 반등할지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달 코로나19 확산과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했다면 이제는 실물부문으로 타격이 확산되면서 실제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비관론으로 유명한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대침체(Great Recession)가 있을 것이라면서 "(경기가)V자도, U자도, L자도 아닌 I자형으로 수직 낙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분기 9%, 2분기 34%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3분기에는 경제활동이 빠르게 되살아나면서 19%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유럽 등의 경기 침체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0.1%로 낮췄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0.6%까지 하향 조정했다.
또 한국 산업의 주력인 반도체 업종에도 실적 둔화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수요 감소로 하반기까지 메모리 가격 강세를 점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001200]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225조9천억원, 30조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추정치에서 각각 10%, 20% 하향 조정한 것이다.
오현석 삼성증권[016360]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전 세계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셧다운 상황'이어서 소비, 생산, 투자 등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올해 실적 전망은 '시계(視界) 제로(0)'"라고 답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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