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코로나 비상사태법'은 독재법" EU 안팎 비판 쇄도
유럽의회서 "민주주의·법치 말살"…EU집행위원장 "EU조약 지키라"
미 하원 외교위원장 "독재자 실현법"…오르반 측 "헌법·조약에 부합"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에게 견제 없는 권력을 무기한 허용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저지법'에 유럽연합(EU) 안팎에서 비난이 이어졌다.
EU와 유럽의회에서는 헝가리의 코로나19 저지법이 EU의 핵심 가치에 위배된다는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31일(런던 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헝가리 의회를 통과한 코로나19 저지법은 오르반 총리가 국가비상사태를 무기한 연장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총리 행정명령을 통해 기존 법률을 무력화하거나 새 법률을 만들 수 있어 무소불위 권한을 갖게 된다.
EU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어 "(모든 비상사태 대책은) 필요한 부분으로만 제한돼야 하고 엄격하게 비례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며, 국가비상사태가 무기한 유지돼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비상사태 조처는 EU 조약에 정해진 기본 원리와 가치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의회 법치위원회를 이끄는 네덜란드 출신 진보 성향 의원 소피 인트 펠트는 "오르반 총리는 민주주의와 헝가리 법치를 말살하려는 계획을 완수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펠트 의원은 "헝가리 정부의 행동은 EU 회원자격에 배치된다"고 단언했다.
미국 의회는 더 강도 높게 오르반 총리를 성토했다.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은 "오르반 총리가 최근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지구적 보건 위기를 맞아 노골적인 권력 장악에 나섰다"며, "이번 입법은 헝가리 의회를 미미한 존재로 만들고 오르반 총리를 독재자처럼 행정명령으로 통치할 수 있게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엥걸 위원장은 "민주주의에 대한 그러한 심각한 상처는 어느 곳에서라도 충격적인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과 EU 회원국이라면 더욱 그러하다"고 개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의회 외교위원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헝가리의 코로나19 저지법이 "야권을 실질적으로 제거했다"고 진단하면서, "EU가 수용할 수 없다"고 썼다.
오르반 총리 측은 코로나19 대응법령이 EU 조약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반박했다.
코바치 졸탄 총리 대변인은 "코로나19 저지법은 여러 조약과 헝가리 헌법에 부합하며 코로나19 방역에만 한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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