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최대변수 '코로나19'…이달 선방에도 4월 이후 안갯속(종합)

입력 2020-04-01 12:19
수출 최대변수 '코로나19'…이달 선방에도 4월 이후 안갯속(종합)

IT제품·방역위생품 수출 급증…기저효과·조업일수 증가 영향도

"미국·EU 수출 코로나 영향 아직 제한적이나 점차 확대될 듯"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국 수출의 최대변수로 떠올랐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한 2월 수출은 조업일수가 늘어난 덕에 15개월 만에 반등했고 세계적 대유행(펜데믹)으로 번진 이달에도 미국과 유럽연합(EU) 수출이 호조세를 유지하며 지난해 수준으로 선방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세계 경기에 본격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4월 이후에도 한국 수출이 계속 선전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가 어렵다.

◇ 코로나19에도 3월 수출 선전…자동차 회복·반도체 긍정신호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2% 감소한 469억1천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전월의 증가세를 계속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던 것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조업일수를 배제한 하루평균 수출도 전월의 -11.9%보다 낙폭을 줄인 -6.4%를 기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유가 급락,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글로벌 공급망 훼손 등이 한국 수출에 크게 작용할 것으로 우려됐지만, 3월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달 수출에서 주목할 점은 수출물량이 13.1% 증가한 것이다.

3월 수출 물량은 17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 기록하며 2개월 연속 늘었다. 수출물량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수출기반이 튼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자동차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중국 31개 성·시 내 공장이 조업을 재개하고 국내 생산공장의 가동이 정상화되면서 이달 부품 수급 애로에 따른 영향은 미미했다.

19일 기준 중국 진출기업 1천189개 중 98.0%인 1천165개가 정상 조업 중이다.

이에 따라 대중 수출은 전년보다 5.8% 하락했지만, 감소율은 전월의 -8.9%보다 줄어들었다.

유럽의 경우 이동제한과 완성차 업체들의 공장 가동중단에도 자동차(1∼25일·10.9%)와 차부품(8.5%) 수출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스마트폰, PC의 1분기 출하량 급감으로 물량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2.7% 감소했다.

하지만 북미 데이터센터 투자,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경제 활성화 등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견조하고 D램을 중심으로 단가가 회복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엿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출이 많이 늘어난 품목도 있다.

재택근무와 실내활동이 늘고 온라인 교육, 쇼핑,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등 온라인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정보기술(IT) 관련 품목인 컴퓨터(82.3%), 무선통신기기(13.3%) 수출이 확대됐다.

가공식품(54.1%), 세안용품(68.9%), 손세정제(81.4%), 진단키트(117.1%)와 같은 코로나19 관련 생필품, 방역용품 등 기타 품목의 수출도 급증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3월 수출이 큰 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소폭 감소에 그치는 등 한국 수출은 아직 견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특히 수출 물량이 증가세를 보이며 펀더멘털은 견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단가하락 현실화…코로나19 악영향 점점 커질 듯

일단 1분기 수출 성적표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나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다.

코로나19가 유럽, 미국으로의 수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경우 하락 폭이 점점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월과 3월 하루평균 수출이 두 달 연속 하락세이고 3월 수출단가가 11.7% 급락한 것도 불안감을 키운다.

지난해 3월 수출 감소율이 8.4%에 달했던 기저효과와 조업일수가 1.5일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수출을 선방한 것으로 봐야 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지난달 수출 단가는 지난해 평균 수준인 -10.6%보다 감소 폭이 컸다. 업종별로는 석유제품 -22.7%, 석유화학 -17.2%, 섬유 -9.7%, 철강 -9.1%의 하락세가 크게 나타났다.

최대 무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회복 추세를 보이지만, 지난해 3월 대비로는 여전히 감소해 아직 완전하게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 등지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지난달 수출의 버티게 해준 이들 지역으로의 수출도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출의 급격한 위축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2월 20일 총리 주재 무역전략조정회의에서 한국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등 7개 정책금융기관은 무역금융을 전년보다 28조1천억원 많은 260조3천억원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또 중소·중견기업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수출채권조기현금화 5천억원 지원을 추가경정예산 통과 즉시 개시했다.

신흥시장 수출 지원과 차부품·조선기자재 업체의 애로 해소를 위해 4월부터 6개월간 신흥시장 수입자 한도를 10% 일괄 증액하고 차부품·조선기자재 업체의 수출채권조기현금화 한도를 최대 2배 우대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향후 한국 수출은 코로나19의 본격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기업이 당면한 유동성 부족, 마케팅·물류·입국제한 등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수출 기반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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