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식량 수출 금지 확산하나…"4, 5월 식량위기 우려"(종합)
베트남·캄보디아 쌀, 러시아 곡물 수출 금지…인도 국가봉쇄도 영향
"물류 타격에 식량안보 취약국 공급쇼크 가능성"…필리핀·UAE·사우'디 식량 확보전
SCMP "수출제한·물류망 붕괴·곡물가 상승 등으로 4, 5월 식량위기 가능성"
(방콕·홍콩=연합뉴스) 김남권 안승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휩쓰는 가운데 일부 국가가 식량 수출 금지에 나서면서 '식량 안보'가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식량 공급망이 타격을 받으면서 식량 안보가 취약한 국가들이 또 다른 도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내달 5일부터 흰쌀과 벼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 캄보디아는 연간 쌀 50만t을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인도, 태국에 이어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24일부터 쌀 수출을 중단했다.
베트남의 조처는 응우옌 쑤언 푹 총리가 18일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식량 안보는 확고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뒤 나왔다.
베트남은 지난해 중국, 필리핀, 아프리카 등지로 쌀 637만t을 수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은 쌀은 아니지만, 계란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계란 국내 수요가 평소보다 세 배 가량 급증하며 가격이 오르자 일주일간 수출 금지 조처를 내렸고, 한 달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식량 수출 금지는 동남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농산물감독청은 20일부터 열흘간 모든 종류의 곡물에 대한 수출을 임시로 제한하는 조처를 내렸다.
현지 일간 베도모스티는 이달 중순부터 유통 시장에서 곡물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스크바 시내 몇몇 유통매장에서는 곡물 등 일부 품목이 품귀현상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 세계 식량 재고는 충분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잇따라 국경이 봉쇄되면서 수급 차질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미국 퍼듀대학 제이슨 러스크 농업경제학 교수는 통신에 "그동안 식량 공급에서 트럭, 철도, 선적, 노동 인력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며 "그러나 현재 식량 공급망을 단절할 요소는 즐비하고 기존에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취약해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압돌리자 아바시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물자 이동이 어려워져 공급 쇼크가 일어날 수 있다"며 "지금까지 접하지 못한 새로운 현상으로 예측 불가능하며 현재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17일 말레이시아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8일부터 2주간 국가봉쇄 결정을 내리겠다고 발표하자 국경이 맞닿은 싱가포르가 술렁였다.
말레이시아로부터 공급받아왔던 각종 신선제품 이동도 막힐 수 있다는 우려로, 시민들이 슈퍼마켓을 찾아 채소나 과일 등을 집중적으로 샀다.
리셴룽 총리가 나서 물품과 화물 흐름은 영향이 없다고 안심시키면서 큰 혼란은 없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싱가포르 식량 안보의 절박성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왔다.
통신은 또 일부 국가가 식량 수출을 중단하기 시작하면 연쇄적으로 상황이 악화하면서 재난 상황이 벌어지고, 기존 식량 수급 취약 국가는 더욱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농무부 자료를 인용, 쌀과 밀 생산량은 올해 사상 최대인 12억6천만t이 되고, 연말 재고량도 4억6천940만t에 달할 것이라고 전하면서도 이는 평상시 흐름을 가정했을 때의 수치라고 전했다.
국제 쌀 가격은 이미 추가적인 수출 금지 전망으로 인해 오르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여기에다 쌀의 경우, 재고량이 사상 처음으로 1억8천만t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1억5천300만t 이상이 중국과 인도가 보유할 것으로 보여 불균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곡물 이동이 장기간 축소되면 쌀 수입이 많은 필리핀을 비롯해 아시아 및 아프리카 여러 국가가 충격에 취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유럽의 한 쌀 중개인은 통신에 "베트남 쌀 수출 금지가 계속되면 세계 쌀 시장 공급량이 10~15%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싱가포르의 중개업자도 "태국도 쌀 수출 금지나 국가 봉쇄 등 유사한 조치를 선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필리핀 코로나19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는 31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안정적인 쌀 수급을 위해 정부간 계약을 통해 쌀 30만t을 수입할 것을 권고했다.
중동의 산유 부국인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도 식량 비축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고온 사막 기후인 탓에 식료품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UAE 정부는 사재기 등을 방지하고 전략적 식량 비축분을 확보하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도 밀 전략비축분이 100만t을 초과했다며, 다음 달 120만t을 더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유엔식량농업기구 자료 등을 인용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물류망 붕괴, 각국의 봉쇄령과 수출 제한, 곡물 가격 상승 등으로 4월이나 5월 무렵 식량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덮친 메뚜기떼의 습격도 글로벌 식량위기를 부채질할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각국의 수출 제한 여파로 해외 곡물 의존도가 큰 홍콩과 싱가포르 등은 이미 타격을 받고 있다.
베트남과 태국에서 소비하는 쌀의 80%를 수입하는 홍콩에서는 사재기 현상이 벌어져 주민들이 쌀, 달걀 등을 사기 위해 상점 밖에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쌀 등의 식품 가격도 크게 올랐다.
중국의 경우 쌀, 밀 등은 자국 내 생산량이 많아 큰 문제가 없지만, 대두, 연어, 새우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곡물이나 식품은 수급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에서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등으로 가격이 급등했던 돼지고기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밖에 주요 곡물 수출국인 호주 등에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식품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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