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스페인 코로나19 정점 왔나…긴장 속 신중한 기대
나란히 신규확진 감소세…정치권 "이동제한령 효과" 자평
WHO "유럽 안정세 올 것"…검사수 감소 따른 착시일 수도
이탈리아, 신중론에 무게 싣고 내달중순까지 이동제한령 연장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최근 며칠간 확산세가 둔화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의 강력한 봉쇄 조치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희망적인 분석이 있으나 최근 검사 자체를 적게 한 데 따른 결과라는 신중론이 함께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집계된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4천50명으로 지난 17일 이후로 13일 만에 최저치다.
최근 5일간 신규 확진 사례도 감소세를 보인다.
실시간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26일 6천203명, 27일 5천909명, 28일 5천974명, 29일 5천217명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이 같은 외견상 감소세는 최근 피해 사례가 급증해 유럽에서 이탈리아 다음으로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지난 26일부터 이날까지 스페인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는 각각 8천271명, 7천933명, 7천516명, 6천875명, 6천549명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신규 확진자 수 감소를 둘러싸고 확산세가 변곡점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이들 두 국가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이자 유럽 창궐의 진원인 만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겁에 질린 지구촌에서는 이들의 변화를 두고 기대의 시선이 쏠리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마이클 라이언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지금 우리가 오늘 보는 것은 2주 전 (코로나19에) 노출된 사례"라면서 "아마도 우리는 안정화를 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러스가 인체에 들어가 복제를 시작한 시점부터 증세를 나타낼 때까지를 의미하는 잠복기는 코로나19의 경우 최장 14일로 분석되고 있다. 그 때문에 확진자 수는 길게는 14일 전의 창궐 실태로 읽힐 수 있다.
유럽이 안정화하고 있다는 진단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그간 도입된 엄격한 통제조치가 유효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총 확진 사례의 40%를 차지하며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인 북부 롬바르디아의 아틸리오 폰타나 주지사는 당국의 전례 없는 이동 제한과 폐쇄 조처를 거론하며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페인 질병통제국의 마리아 호세 시에라 대변인도 "이동 제한령이 시행된 뒤 지난 15∼25일에 평균 확진자 증가율이 매일 20% 수준이었는데 25일 이후 12%로 줄었다"며 "중요한 조처들을 시행하면서 우리가 기대했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나라는 약 3주째 비필수적 경제활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웬만해선 외출을 못 하도록 하는 등 강력한 봉쇄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신규 확진 사례의 감소는 검사 규모 자체가 작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일간 이탈리아는 코로나19 검사를 역대 최소 규모로 진행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이 같은 신중론을 무겁게 여겨 오는 3일이 기한인 봉쇄 조처를 적어도 부활절(4월 12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로베르토 스페란자 보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부활절까지 모든 통제 조처를 연장하기로 평가됐다"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국립 고등보건연구소(ISS)의 실비오 브루사페로 소장은 현지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통제 조처가 완화되려면 "신규 확진 사례가 상당히 줄어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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