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 사망 9·11 넘겨"…수도 워싱턴DC도 '자택 대피'(종합2보)
누적 사망자 3천명, 하루 사망자 500명 처음 넘어…10명 중 8명에 외출제한
트럼프, 경제 재개 4월말로 연기…백악관 "완벽 대응해도 20만명 사망 가능"
뉴욕 센트럴파크에 임시병원…미 해군 병원선 뉴욕 도착
(샌프란시스코·서울=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안용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미국인 사망자가 9·11 테러 희생자 수를 넘어섰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의 31일 오전 0시46분(미 동부시간) 기준 코로나19 현황에 따르면 사망자는 3천170명에 확진자는 16만4천60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1년 뉴욕 월드 트레이드 센터와 미국 국방부를 공격했던 9·11 테러 당시 발생한 사망자 2천977명을 넘어선 것이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확진자 기준으로는 이미 이탈리아(10만1천739명), 스페인(8만7천956명), 중국(8만2천240명)을 넘어섰다.
하루 사망자가 500명을 넘어선 것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이와 관련,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은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완벽하게 대응한다면 10만∼20만의 사망자 범위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도 전날 미국에서 수백만 명이 감염되고 10∼2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당초 부활절(4월12일) 이후 경제 활동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에서 한발 물러서 4월 말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키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시민의 협조를 구하며 "우리 공동의 애국적 의무"라며 "매우 중요한 30일"이라고 강조했다.
지역별로는 코로나19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뉴욕주의 코로나19 환자는 6만7천801명으로 늘었다. 전날보다 6천여명 증가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뉴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의 광범위한 확산이 다른 주에서도 벌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뉴욕 다음으로 환자가 많은 뉴저지주에서도 하루 새 3천347명의 환자가 추가로 나오며 총 환자 수가 1만6천636명이 됐다.
존스홉킨스대 통계를 기준으로 뉴욕(6만7천801명)과 뉴저지(1만6천636명), 캘리포니아(7천391명), 미시간(6천498명), 매사추세츠(5천752명), 플로리다(5천704명), 워싱턴(5천187명), 일리노이(5천57명), 펜실베이니아(4천155명), 루이지애나(4천25명) 등 환자가 1천명 이상 나온 주도 24곳이나 된다.
코로나19의 급증세에 벅스 조정관은 도시에 이어 시골 지역사회도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NBC 방송에 출연해 "이 코로나바이러스는 많은 무증상 환자나 경미한 환자들 사이에서 확산할 수 있다. 취약한 집단에 퍼진 후에야 사람들이 병원에 실려 가는 걸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택 대피령과 학교 휴교 조치는 더 강화되고 있다.
이날 수도인 워싱턴DC 및 메릴랜드·버지니아주가 일제히 자택 대피령을 내렸고, 플로리다·애리조나주도 비슷한 명령을 발령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더는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라고 요청하거나 권고하지 않는다. 우리는 명령하는 것"이라며 이를 고의로 위반하는 사람은 1년 이하 징역형이나 5천달러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는 브로워드와 팜비치, 마이애미-데이드, 먼로 등 남부 카운티들에 자택 대피령을 발령했다.
CNN은 이날 오후 기준 3억2천800여만명의 미국인 가운데 78%인 2억5천600여만명이 자택 대피령의 영향권 아래 있다고 집계했다. 미국인 10명 중 8명이 집에 머물러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국적인 차원의 자택 대피령에는 재차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 내에서 전국적 자택 대피 명령을 논의하긴 했으나 "현재로서는 상당히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애리조나주는 모든 학교에 올해 학년도가 끝나는 6월까지 문을 닫으라는 휴교령을 내렸고 로드아일랜드주는 학교 휴교 조치를 다음 달 말까지 연장했다.
로드아일랜드주에서는 또 집에서 와이파이를 쓸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AT&T와 버라이즌, T모바일 등 가입자는 무료로 핫스팟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최전선이 된 뉴욕에서는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뉴욕시의 명소인 센트럴파크에는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기 위한 68개 병상 규모의 임시 병원이 건설돼 31일부터 가동에 들어간다고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이 밝혔다.
뉴욕시에는 또 미 해군의 병원선(船) '컴포트'호(號)가 이날 도착해 가동에 들어갔다. 이 배는 1천개 병상과 12개의 완비된 수술실, 방사선과, 약국, 의료연구소 등을 갖추고 있다.
다만 이 병원선은 코로나19 환자가 아닌 일반 환자들을 수용해 다른 병원들의 부담을 낮출 예정이다.
시카고에서는 매코믹 플레이스 컨벤션센터의 일부를 개조해 최대 3천 병상 규모의 임시 병원으로 쓰기로 했다. 센터 내 세 곳에 마련될 임시 병원은 단계적으로 건립되며 일단 이번 주말까지 500병상이 완료될 예정이다.
일리노이주와 시카고시, 미 육군 공병대는 이곳에서 가벼운 증상의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계획이다.
텍사스주에서는 교정시설 재소자들이 손 세정제와 비누, 키친타올(종이 행주)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주 정책에 따라 재소자들이 손 세정제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교도소가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재소자 간 접촉 줄이기 등 충분한 예방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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