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악 '페름기 말기 대멸종' 육지-해양 멸절 시기 달라
해양 생물종 멸절 30만년 전에 육지서 대멸종 생태계 변화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약 2억5천200만년 전 페름기 말기에 일어난 동식물 대멸종은 지구 역사에 기록된 몇차례의 대멸종 중에서도 최악으로 꼽힌다. 이때 육상 척추동물의 70% 이상, 해양 생물 종의 95%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대멸종이 화석지층 연대를 정밀측정해보니 육지와 바다에서의 멸종 시기가 서로 달랐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고식물학자 신디 루이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페름기 대멸종의 생태계 변화가 육지에서 먼저 시작됐으며, 바다에서는 수십만 년 뒤에야 멸종이 진행됐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런 시차는 육지와 해양 생물 종의 멸종을 가져온 직접적인 원인이 다르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과학자들은 페름기 대멸종이 육지와 바다에서 동시에 진행됐으며, 지금의 시베리아에서 100만년가량 지속한 연쇄 화산폭발이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해 왔다.
연구팀은 육상에서 벌어진 대멸종 시기를 확인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부의 카루 분지에 쌓인 화산재 퇴적물에서 지르콘 결정체를 수집해 우라늄-납 연대 측정법으로 정확한 시기를 측정했다. 지르콘은 화산에서 끓어오르는 마그마에서 형성된 미세 규산염 광물로 화산폭발과 함께 대기로 뿜어져 나와 표층에 쌓여 시기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연구팀은 그 시기는 약 2억5천224만년 전으로 특정됐다. 그 이후로 쌓인 수 미터의 침전물에서는 페름기의 대표적 양치류 종자식물인 '글로소프테리스'가 없어 이때 지상에서 대멸종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시기는 중국에서 페름기와 트라이아스기 경계에서 측정된 것보다 약 30만년가량 앞서는 것이다.
네브래스카대학 연구팀이 호주 대륙에 쌓인 화산재 침전물을 분석한 최근 연구에서도 초기 식물 멸절이 지금까지 생각돼오던 것보다 40만년 가까이 앞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페름기 대멸종 당시 육상 척추동물의 멸절은 원시 초대륙 '판게아'의 남쪽 부분인 '곤드와나'에 잘 보존돼 있는데, 이 대륙이 현재는 호주와 아프리카, 남미, 남극 등으로 갈라져 있다. 연구팀이 카루 분지의 침전물을 연구대상으로 삼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해양 생물종 멸절은 주로 현재의 북반구에서 이뤄졌는데 특히 중국에서 발견되는 화석에 잘 남아있다.
연구팀은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확인된 대멸종의 시기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멸종의 원인을 추정하는 가설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해양 생물 종 멸종이 육지에서 발생한 멸종의 원인 및 메커니즘과 반드시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루이 부교수는 "카루 분지는 페름기 말기 척추동물 멸종의 증거를 간직한 곳이지만 지금까지 시기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지르콘 연대추정 결과는 호주에서의 연구 결과와 비슷하게 트라이아스기 전기의 포유류형 파충류인 리스트로사우루스 지층이 해양 생물 종 대멸종을 수십만 년 앞서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으며, 이는 곤드와나의 동식물군 멸절이 북반구의 해양 생물 종 위기를 맞은 시기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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