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는 의료 대란, 남부는 약탈 우려…국가적 위기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서 식료품 절도 발생…코로나19로 빈곤층 생계 위기
적십자사연맹 총재 "대도시 빈곤층과 소외계층서 소요 발생 가능" 경고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발령한 전국 이동제한령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며 상대적으로 빈곤한 남부의 사회적 불안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남부 시칠리아섬 최대 도시인 팔레르모에서 한 무리의 주민들이 슈퍼마켓에서 카트에 물건을 가득 담고는 돈을 내지 않고 그대로 달아났다.
이들은 점원에게 "물건값을 지불할 돈이 없다. 우리도 먹고살아야 한다"라고 외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시칠리아의 작은 식료품 가게들도 식료품을 공짜로 달라는 현지 주민들의 요구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
식료품 절도 사건이 잇따라 보고되면서 총으로 무장한 경찰이 대형 마트 앞을 지키는 모습도 목격됐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또 다른 현지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도 코로나19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저개발지역인 인구 500만명의 시칠리아에서 "사회적 시한폭탄이 똑딱거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시칠리아를 포함한 이탈리아 남부는 낙농업 중심의 경제 구조로 제조업과 금융이 발달한 북부에 비해 빈곤한 지역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가 주민들의 평균 수입이 낮고 변변한 산업이 없는 남부지역에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동제한령과 비필수 업소 및 사업장 폐쇄 등 정부의 각종 봉쇄령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수입이 급감해 서민들의 생계마저 위협하는 상황이다.
남북 격차 해소 정책을 주도하는 주세페 프로벤차노 남부 장관은 "현재 위기가 지속한다면 보건과 수입, 미래에 대한 많은 남부지역 사람들의 우려가 분노와 증오로 돌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차하면 주민의 불만이 폭력적 소요 사태 등으로 분출될 수 있다는 경고다.
루치아나 라모르게세 내무장관도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하며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난 채 음식을 비롯한 생필품 구매조차 어려운 시민들이 있다며 현 상황에 큰 우려를 표했다.
코로나19 확산 거점인 북부가 감염자와 사망자가 넘쳐나며 의료시스템이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면 남부는 "빵을 달라"는 절대 빈곤 서민들의 외침이 공명하는 모습이다.
바이러스가 무섭게 확산하며 이러한 문제가 이탈리아를 넘어 서구 사회 전체가 맞닥뜨릴 위기의 모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프란체스코 로카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총재는 2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가진 유엔 브리핑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수입 감소 등으로 서구 대도시 빈곤층과 소외 계층 사이에서 사회적 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공개 경고했다.
로카 총재는 "이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몰리면서 수주 내에 사회적 문제가 현실화할 것"이라며 "이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고 강조했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