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후베이성 입국금지 57일만에 모든 입국자 자가격리 단행
2월 중국·마카로·홍콩, 3월 일본·이란·유럽·미국 순 단계적 검역강화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에 대해서는 "합리적이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모든 입국자에게 2주간 자가격리 의무를 지우는 조치는 정부가 2월 4일 중국 후베이성을 상대로 취한 외국인 입국금지 이후 가장 강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 억제 조치다.
정부는 29일 4월 1일 0시부터 한국에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에 대해 출발지·국적에 관계없이 2주간 의무적으로 자가격리 원칙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2일부터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해외유입 억제를 위해 단계적으로 검역 수준을 높여온 정부가 신규 확진자가 목표한 만큼 줄지 않자 또 하나의 승부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후베이성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환자가 나오자, 정부는 2월 4일부터 후베이성에서 출발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후베이성 여권 소지자와 과거 14일간 후베이성에서 체류한 적 있는 모든 외국인이 대상이었다.
그 외 중국 지역에서 들어오는 여행자에 대해서는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했다.
특별입국절차 대상자는 내·외국인 구별없이 발열검사를 받고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해야 했다. 국내 거주지와 연락처도 보고했다.
발열, 기침 등 코로나19로 의심할 만한 증상을 보인 입국자는 공항에서 진단검사를 받았다.
홍콩에서 환자가 급증하고 중국 내 환자 발생이 후베이성 다음으로 많았던 광둥성과 인접한 마카오에서도 환자가 나오자, 정부는 2월 12일부터 두 지역에 대해서도 중국 본토에 적용되는 특별입국절차를 그대로 적용했다.
입국자는 이때부터 본인의 건강 상태를 모바일로 보고할 수 있는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앱)'도 깔았다.
일본에 대해서는 이달 9일부터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했다. 일본이 한국에서 출발하는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격리상태로 대기할 것을 요구하고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금지하자, 우리 정부도 상응한 조처를 한 후 일본발 입국자에 대해 강화된 검역을 적용한 것이다.
3월 들어서는 12일부터 이탈리아와 이란에 대해, 15일부터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유럽 5개국에 대해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달 12일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전 세계에서 유행이 들불처럼 번지자, 정부는 19일부터 해외에서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에 대한 특별입국절차 적용을 결정했다.
하지만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1∼2월 당시 중국보다 강하다는 판단이 나오자, 22일부터는 유럽발 입국자 전원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시작했다.
진단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가서 치료를 받게 했고, 음성이 나오면 14일간 자택이나 시설에 머물면서 증상 발현에 대비하게끔 했다.
이어 27일부터는 미국발 입국자에 대해 유증상자는 즉각 검사, 무증상자는 14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22일부터 시작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규모가 줄어들지 않자 정부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4월 1일부터 한국에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에 대해 2주간의 자가격리를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후베이성 입국금지 조치가 단행된 지 57일만에 이뤄지는 조치로, 국내에 거처가 없는 단기체류 내외국인의 입국을 사실상 막는 효과가 예상된다.
정부는 중국, 태국, 체코, 브라질, 러시아 등이 시행 중인 외국인 입국금지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 중에서 필수적으로 외국에 나가서 일해야 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은데, 이들이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둬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입국제한이 더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외국인 입국금지를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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