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폴리우레탄 생분해하는 박테리아 발견

입력 2020-03-28 11:17
'까다로운' 폴리우레탄 생분해하는 박테리아 발견

독일 연구팀 "폴리우레탄 재활용에 중요한 진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플라스틱 중에서도 재활용하기가 까다로운 폴리우레탄 성분을 생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새로운 박테리아가 발견돼 학계에 보고됐다.

폴리우레탄은 경량성과 신축성, 절연성 등이 우수해 신발에서 자동차 타이어, 가구, 건축자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하지만 열해도 잘 녹지 않는 열경화성 중합체여서 재활용되지 못하고 대부분이 매립돼 발암물질을 포함한 유독성 물질을 배출하는 환경오염원이 돼왔다.

독일 헬름홀츠 환경연구센터(UFZ)의 선임과학자 헤르만 하이피에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런 폴리우레탄 성분을 탄소와 질소,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슈도모나스(Pseudomonas) sp. TDA1' 박테리아를 찾아냈다고 오픈 액세스 과학 저널 '미생물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Microbiology)에 발표했다.

프런티어스에 따르면 하이피에퍼 박사 연구팀은 석유기반 플라스틱 생분해에 초점을 맞춰온 기존 연구의 틀에서 벗어나 폴리우레탄 플라스틱을 생분해할 수 있는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찾아왔다.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찾아낸 슈도모나스 sp. TDA1은 폴리우레탄 플라스틱을 만드는 일부 화학결합을 공격해 생분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생분해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유전자 분석을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슈도모나스 sp. TDA1이 플라스틱 내 특정 화합물을 에너지 대사에 이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박테리아가 속해있는 슈도모나스 속(屬)은 유독성 물질이나 기타 스트레스를 잘 견뎌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기용매 내성 박테리아로도 불리며, 극단적 환경에서 서식하는 '극한미생물'(extremophile)로도 꼽힌다.

연구팀은 앞으로 폴리에스터계 폴리우레탄의 특정 화합물을 분해할 수 있는 생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외부 단백질인 '세포 밖 효소'(exoenzymes)를 만드는 슈도모나스 sp. TDA1의 유전자를 찾아내는데 연구의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하이피에퍼 박사는 "이 박테리아 발견은 재활용하기 어려웠던 폴리우레탄 플라스틱 제품을 다시 쓸 수 있도록 하는데 있어 중요한 진전을 보인 것"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생분해할 수 있는 박테리아를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데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슈도모나스 sp. TDA1의 효소나 인공생물학 기술을 이용해 다른 효소로 생분해가 가능한 환경친화적인 플라스틱 화합물을 만드는 즉각적인 계획은 아직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하이피에퍼 박사는 미생물 기술을 활용해 상업적 도약을 하는 데는 이번 연구에서 찾아낸 것과 같은 "기본 지식"이 더 필요하고 설명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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