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 "코로나19 검사 한국식으로"…이제서야 무증상도 검사
무증상·경미한 증상은 그동안 검사서 제외…검사 수 공식집계 안해 오락가락
"낮은 치명률, 1.2%로 올라갈 것"…장기적으로 한국 수준 전망
누적확진자 5만 넘어…최근 일일 신규확진자 6천여명 수준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제어하기 위해 대대적인 검사 확대를 최우선의 방향타로 설정했다.
독일 연방내무부의 코로나19 대응 내부 보고서에는 한국을 본보기로 삼아 코로나19 검사를 대대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 실렸다.
유럽에서 최고의 보건 체계를 갖췄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확산세를 제어하지 못하자 방향을 튼 것이다.
27일(현지시간) 독일의 누적 확진자 수가 5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 이틀 연속으로 6천여 명의 신규 확진자가 추가되며 증가 폭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당국은 적절한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항변해왔지만, 실제 증상이 없거나 경미할 경우 검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확산세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 "한국이 인상적 본보기"
이날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이 입수한 내무부 코로나19 대응 보고서는 독일이 확산을 빨리 통제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면서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속한 통제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특히 보고서는 "'현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검사한다'는 모토를 버리고 '상황보다 더 앞서가기 위해 검사한다'로 가야 한다"면서 "한국은 인상적인 본보기가 되는 나라"라고 했다.
일간 빌트의 보도에 따르면 헬게 브라운 연방 총리실장과 주(州) 정부 총리들은 검사 역량을 확실하게 증대시키는 데 동의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강력한 조처를 하지 않는 데도 신규 확진자 수가 뚜렷하게 감소하고 있다고 주목했다.
보고서는 "스스로 의심 증상을 느끼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확진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에 대해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독일에서는 증세가 확연할 경우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연령이 위험군에 속해야 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더구나 검사 대기 시간이 길고, 검사 결과를 받는 데도 최소 3일이 걸리고 있다.
보고서의 내용이 알려진 뒤 때마침 독일 기업 보쉬는 2시간 3분 안에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내놓을 수 있고, 95%의 정확도를 가진 진단 제품을 개발해 4월 상용화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의 이런 내용은 전날 옌스 슈판 보건장관과 의료계 전문가들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증상이 없는 사람들을 검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 전문가들의 발언과 배치된다.
보고서는 한국이 가장 먼저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와 전화박스 검사소를 통해 검체를 채취하는 방안을 의료진 보호를 위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추적이 용이하도록 휴대전화를 통한 위치추적을 제안했다.
이 보고서는 호르스트 제호퍼 장관의 지시로 로베르트코흐연구소와 외국대학 연구진이 참여했다.
이 보고서는 메르켈 총리와 슈판 장관,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 등에게 제출됐다.
보고서는 또 정부가 시민들에게 상황의 심각성을 더욱 알리면서 '바이러스가 노인들에게만 위험하고, 아이들에게는 해가 되지 않는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상당수 언론은 코로나19가 대규모로 확산하기 전까지 코로나19가 치명적이지 않고 감기처럼 지나갈 수 있기 때문에 공포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누누이 강조했었다.
당국 역시 코로나19의 무증상 전파 등이 가져올 위험성 등에 대해 특별히 강조하지 않았었다.
당국과 언론은 마스크를 쓸 경우 코로나19에 부주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착용 대신 물리적 거리를 지키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해왔다.
◇ 낮은 치명률, 장기적으로 한국 수준 전망
이 보고서는 독일에서 0.54∼0.56% 정도에 불과한 낮은 코로나19 환자의 치명률이 1.2% 정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추정했다. 독일도 한국의 치명률 정도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만큼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중환자실로 가야 할 환자의 80%가 입원을 못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현재 부활절 휴가의 마지막 날인 4월 20일 전후로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등 해외 언론에서는 독일의 낮은 치명률에 대해 주목해왔는데, 정작 독일에서는 다른 국가와 확진자의 연령대 등의 차이가 있다며 대체로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소셜미디어와 일부 해외 언론에서는 독일이 사망자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지 않아 치명률이 더 낮아졌다는 주장도 내놓았지만,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격인 독일의 RKI는 관련 증상자에 대해서는 사망 전 검사를 해왔다고 반박했다.
◇ 확진자수 보고 체계 문제…글로벌 실시간 통계사이트와 차이 커
독일 당국은 공식적으로 진단 숫자를 집계하지 않고 있어 진단 가능 숫자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 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는 최근 일주일에 16만건을 검사할 수 있다고 했는데, 독일 건강보험의사협회는 하루에 1만2천 건의 검사를 진행할 역량이 있다고 했다.
베를린 샤리테 병원의 감염학 권위자인 크리스티안 드로스텐은 일주일에 50만 건의 검사가 실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 수 보고 체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RKI가 발표한 이날 공식 확진자 수는 4만2천288명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월드오미터에서는 5만 명이 넘어선 것으로 집계한 것과 차이가 크다.
이유재 튀빙겐대 한국학과 교수는 슈배비셔스타그블라트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 "바이에른주의 한 관공서에서는 팩스가 고장나 확진자 수를 보고할 수 없었다"면서 "팩스라니! 그러한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는 한국에서는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현재 생필품점과 약국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도록 했다. 음식점도 배달을 위한 운영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종교시설 모임 금지 및 클럽, 술집 운영도 금지돼 있고, 지난 23일부터 '2인 초과 접촉 금지령'도 내려졌는데, 당국의 이런 조치에 원활하게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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