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발열검사로는 '무증상' 못잡아…모든 입국자 격리해야"
WHO, 증상발현 이틀 전부터 전파 가능성 제기
의료계 "모든 입국자 감염 위험 있어"…정부 "관리방안 등 논의중"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김잔디 기자 = 정부가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 탑승하는 모든 승객을 대상으로 발열검사를 하기로 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무증상' 감염자를 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감염 초기부터 전파력을 갖기 때문에 겉으로 나타난 증상만으로 감염자를 구분하면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8일 감염병 전문가들은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체온이 37.5도를 넘으면 탑승을 금지하는 검역 강화로 해외 유입을 차단하는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탑승 당시에 일부 의심환자를 찾을 수 있겠지만, 이는 기존에 시행하던 국내 공항에서 발열, 호흡기 증상 등을 확인하는 검역을 강화하는 수준에 머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해외유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입국 당시 증상이 없는 무증상자를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감염돼도 잠복기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증상이 있더라도 발열이나 기침이 아닌 피로감, 근육통, 복통 등 비전형적인 증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감염자가 해열제나 진통제를 먹어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센터장(서울의대 감염내과 교수)은 "코로나19의 잠복기는 보통 4∼5일로 비행기 탑승 전날 (감염원에) 노출됐다면 검역에서 감염자를 100% 찾아내긴 힘들다"며 "사스나 메르스는 증상이 상당히 진행된 뒤 전염력을 갖지만 코로나19는 감염 초기부터 전파력이 있다는 점도 검역으로 효과를 보기 힘든 이유"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감염 초기부터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19의 전파력이 증상발현 이틀 전부터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는 우리 몸속에 들어온 후 번식하고 아주 많아지면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며 "증상 발현은 (몸속에 있는) 바이러스 양과 비례하는데 증상이 시작되기 하루 이틀 전에는 (전파할 만큼 바이러스가 몸속에) 많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무증상 감염자로 인한 2차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입국자 전원에 대한 '2주 격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격리조치 대상을 현재 유럽발, 미국발 입국자에서 모든 국가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폭증한 유럽과 미국보다 유행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진행됐는지 모르는 국가들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들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과 미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만 격리 조치하는 건 의미가 없고, 나라 구별 없이 모든 해외 국가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를 격리해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자가격리 의무화 대상을 확대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모든 입국자를 자가격리하겠다는 의견이 나온 데 따른 조치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국·유럽 외에 다른 국가들에서 오는 사람에 대한 검역 강화 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면서 "자가격리자 수가 늘어났을 때 효과적인 관리방안 등을 함께 논의해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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