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입국금지' 논란…"해외유입 증가" vs "실효성 의문"
해외서 들어온 외국인 환자 31명…감염학회 이사장 "치료 여력 없어"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김잔디 기자 = 해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유입이 늘어나는 가운데 '외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해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의료계에서는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이 "외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개인 의견을 밝힌 것과 관련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의료현장의 답답함은 이해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백 이사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라도 외국인 입국 금지를 해야 한다"며 "(외국인이) 치료를 받으러 일부러 국내에 들어오기도 하는데 우리 국민을 치료하기도 힘들고, 의료진도 지쳤다"고 밝혔다. 백 이사장은 논란이 일자 해당 게시글을 내렸다.
의료계는 최근 해외유입이 늘면서 국내 감염확산의 불씨가 될 위험이 있는 건 맞지만, 입국금지 조치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현재 국내로 들어오는 사람 대부분이 우리 국민인 상황이어서 '외국인' 입국금지 조치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해외유입 사례는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외국인 비중은 10명 중 1명꼴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조사가 완료된 확진자 해외유입 사례는 총 309건이며 이 중 외국인은 31명이다.
지금은 '중국발 입국금지'를 촉구했던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확진자 대부분이 중국에서 유입됐으나 이제는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해 입국금지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최재욱 고대의료원 예방의학과 교수(의협 과학검증위원회 위원장)은 "지금은 해외유입보다 국내 전파가 더 많아 입국금지를 한다고 해도 실효성이 초기처럼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현장에서 입국금지 이야기가 나오는 건 현재 정부가 해외 입국자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유럽, 미국뿐 아니라 모든 국가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 2주 격리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환자 수 자체는 적지만, 이들을 치료할 여력이 없다는 백 이사장의 지적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경증환자의 경우 큰 문제가 없지만, 중증환자가 1명 나오면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 20여명이 치료에 매달려야 한다"며 "환자가 나오면 인도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게 당연하지만 만약 중증환자가 늘어난다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해외에서 환자가 지속해서 유입되면 방역 및 의료시스템 부하는 계속 가해질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으로 방역, 의료시스템이 꾸준하게 지치지 않게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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