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참고하겠다는 '싱가포르 개학' 어떻게 진행됐나 보니
교문에서 사전 체크…교실서는 '시험 대형 착석·책상 양옆으로 앉기·주기적 소독'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한국 방역 당국이 내달 6일로 예정된 전국 학교 개학의 실행 여부를 놓고 싱가포르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서 예정대로 개학한 싱가포르 사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싱가포르 교육 당국은 많은 국가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며 개학을 연기한 상황에서도 지난 23일 예정대로 학교 문을 열었다.
옹 예 쿵 교육부 장관은 당시 "학교 안이 더 안전하다"며 개학 이유를 설명했다.
옹 장관은 "성인들보다 어린이가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덜 감염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싱가포르 내 코로나19 학생 환자 중 학교에서 감염된 사례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싱가포르 교육당국은 그러나 개학 결정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있음을 감안, 감염 사태를 막기 위해 철저한 예방 조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 보도나 옹 장관 페이스북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해외에 나갔다 지난 14일 이후에 싱가포르로 돌아온 학생과 직원들에 대해서는 감염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14일간의 자가 격리 또는 의무 휴가 조처를 통해 학교에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교문 앞에서 학생들에게 발열이나 콧물 등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있는지, 또는 최근 해외를 다녀온 적이 있는지를 물어본 뒤, 그렇다고 대답한 이들은 다른 학생들과 떼어놓는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교실을 비롯해 매점이나 학교 운동장에서도 감염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처를 했다.
옹 장관은 개학 당일 오전 일부 학교를 둘러본 뒤 어떤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는지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우선 미취학 아동들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최대한 멀리 떨어져 앉게 했다. 직사각형 책상의 양쪽 편에 한 명씩 앉는 형태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 학생들은 흔히 말하는 '시험 대형'으로 앉아 서로 간에 거리를 두게 했다.
또 학생들은 주기적으로 소독제를 이용해 책상과 의자 등을 닦는다.
교사들에게는 손을 자주 씻고, 최대한 얼굴을 만지지 말 것을 학생들에게 상기시키도록 했다.
구내매점의 경우, 간식이나 과자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공간에 바닥에 테이프 등을 붙여 1m가량 거리를 확보하도록 했다.
매점 내부가 협소한 경우에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테이블을 실내 농구장 등으로 옮겨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조치 속에 개학 첫날인 23일 학교에 오지 않은 학생은 10% 미만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학부모는 개학 조치에 우려를 표명한다.
설사 학교 안이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고, 등하굣길 많은 사람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옹 장관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긴 한 네티즌은 "부모로서 여전히 우려스럽다. 학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적용될 수 없다"고 적었다.
여기에 전날 한 유치원에서 교사 등 18명이 집단 감염되고, 한 국제학교 직원 3명도 확진 판정을 받은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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