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고관련 증거 美에 주지말라"…英법원, 사형제 이유로 제동
미국인 억류자 고문·살해한 2명 관련 증거정보 미국과 공유 불허
"범죄 끔찍하지만, 사형 판결에 사용될 정보 넘기는 건 위법"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영국이 미국인 억류자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테러조직원 2명에 관한 자체 수사 정보를 미국에 넘기지 못하도록 영국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미국에서 이 2명이 사형 판결을 받을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대법원은 25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대원인 샤피 엘셰이크와 알렉산더 코테이에 관한 증거 자료를 미국과 공유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한 것으로 AP통신이 전했다.
IS에서 포로 고문·살해 등 만행을 저지른 2명은 시리아에서 미국인 구호대, 언론인 등 포로들을 고문하고 참수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들은 영상에 나오는 영국식 억양으로 온라인에서 '비틀즈'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2년 전 미군이 지원한 쿠르드군 민병대에 붙잡혀 지난해 10월 미국 관할로 이송됐다.
브라이언 커 영국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두 남성이 저지른 범죄가 끔찍하다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사형 구형에 활용될 수 있는 증거를 외국에 넘기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그는 "사형 제도에 관한 적절한 확약 없이 엘셰이크에 관한 소송 진행을 목적으로 미국을 지원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엘셰이크와 코테이에 사형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받은 후에야 합법적으로 증거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영국과 미국은 합의에 따라 범죄 수사의 증거자료를 공유해왔다.
이에 따라 2015년 미 국무부는 영국이 '비틀스'에 관해 자체적으로 수집한 증거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영국은 당초 엘셰이크와 코테이가 받는 혐의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들이 미국에서 사형 판결을 받지 않을 거라는 확언이 없는 상황에서도 관련 증거를 넘기려고 했다.
하지만 2018년 엘셰이크의 변호인이 두 남성이 미국에서 재판을 받도록 한 결정에 대해 재고를 요청하자 영국 내무부는 미국 당국과의 협조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영국 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해 미 법무부의 마크 리몬디 대변인은 "실망스러우며 적절한 다음 절차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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