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까지 정상화' 트럼프 구상에 미국서 우려…"목숨이 먼저"
미 민주 "국민 목숨보다 경제 정상화 앞세운 것은 무책임"
전문가들도 "중대 보건참사"…폭스뉴스 "트럼프, '부활절 데드라인' 재검토중"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활절(4월 12일)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경제 활동을 정상화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를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자 미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JEC) 소속인 민주당의 돈 바이어(버지니아) 하원의원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 침체 해소 욕구를 미국인들의 목숨을 보호하는 것보다 우선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주식 시장을 지탱하기 얼마나 많은 가족이 더 희생돼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폭스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나는 부활절까지는 이 나라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도록 열고 싶다"고 말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부활절까지 코로나19로 인한 각종 폐쇄 조치를 해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페이스북 생중계로 진행된 브리핑에서 "우리는 확산세를 완화하려 하고 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4월 초가 거론되고 있는데, 적어도 캘리포니아로선 이 시한을 적용하는 데에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들과의 상의에 따라 폐쇄 조처를 향후 8∼12주 정도는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일부 공화당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공화당 소속인 리즈 체니(와이오밍) 하원 의원은 이날 트위터로 "바이러스 확산 차단을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아 병원이 압도되고 미국인 수천 명이 죽어 나가면 정상 작동하는 경제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부활절 데드라인'에 현실성이 없다는 우려를 표했다.
미국 감염병학회(ISDA) 이사인 티나 탄은 "이러다가 중대한 공공 보건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서 정보를 얻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엄청나게 왜곡됐다"고 우려했다.
미 정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핵심 멤버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조차도 트럼프 대통령의 시간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눴다며 "날짜를 검토할 수 있지만, 매우 유연해야(flexible) 하고 말 그대로 매일, 매주 단위로 해야 한다"며 "타당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부활절 이후에도 각종 '셧다운' 조치를 계속 유지하는 방안 역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폭스뉴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 월스트리트의 대형 투자자들과 비공개 전화회담을 갖고 폐쇄와 격리 조처를 적어도 한 달 이후에나 해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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