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ㆍ발리 방문 한국인 '확진'…현지 한인사회 긴장

입력 2020-03-25 11:02
수정 2020-03-25 11:34
말레이시아ㆍ발리 방문 한국인 '확진'…현지 한인사회 긴장

발리 내 확진자 6명 중 2명 사망…외국인, 귀국 후 확진 여러 건

한국인 귀국 후 확진 판정받아도 재외 공관에 정보공유 미흡

(자카르타·세종=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양영석 기자 = 말레이시아에 머물다 인도네시아 발리를 거쳐 귀국한 한국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현지 한인 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25일 세종시 등에 따르면 40대 한국인 남성 A씨는 1월 7일 말레이시아 페낭으로 출국해 3월 17일까지 체류했다. 이후 18일 발리로 이동해 비행기를 갈아타고 22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A씨 지인을 자처한 사람은 지역 맘카페에 "A씨가 한국 돌아오는 표를 구하려고 한 달 가까이 고생하다 겨우 입국했다"고 적었다.

세종시는 A씨가 발리에서 귀국하기 전날인 21일부터 오한·발열 증세가 나타났다며 발리발 인천행 여객기 탑승객 접촉자의 조사 협조를 요청했다. 이어 어떻게 공항 검역을 통과했는지 파악 중이다.

발리∼인천 노선은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과 대한항공이 운항하는데, 대한항공은 22일 인천 도착 편을 운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시는 A씨와 접촉한 아내 등 가족 3명과 공항버스 운전자를 상대로 역학조사를 벌이고, A씨가 귀국 후 마스크를 쓰고 방문한 병원·약국·마트를 소독했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은 즉각 세종시보건소에 연락했으나 A씨 관련 사안은 개인정보라 절차를 밟아달라는 말을 듣고 외교부 본부를 통해 알아보고 있다.

세종시는 전날 A씨의 확진 사실을 발표하면서 말레이시아 체류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주말레이시아 한국 대사관은 이날까지 관련 내용을 알지 못하는 등 귀국자가 확진 판정을 받더라도 재외공관과 정보공유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사관은 A씨의 말레이시아·발리 체류 당시 동선을 파악하는 대로 한인회에 알려주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말레이시아의 한국 교민은 약 2만명이고, 인도네시아 한국 교민은 약 2만3천명이다. 발리 교민은 600명이다.

발리의 한 교민은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안 그래도 관광업·식당을 하는 한인들이 코로나19로 너무 힘든 상황인데, 한국인 확진자가 발리를 다녀갔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발리의 관광객은 급감했고, 이달 20일부터 인도네시아가 모든 외국인의 무비자 입국·도착비자 발급을 중단한 뒤 더 줄었다.

하지만 발리의 외국인 관광객 약 1천800명이 비상 체류 허가를 신청하는 등 기존 체류자들이 자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남아있다.

호주와 한국을 잇는 하늘길이 끊겨 호주에서 한국에 갈 때도 발리에서 경유한다.

발리 당국은 현재까지 섬 안에서 6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영국인 여성과 프랑스인 남성 등 2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뿐만 아니라 발리에서 휴가를 보내거나 경유한 뒤 자국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가 여러 건 있었다.

중국 관광객과 일본 관광객이 발리에서 휴가를 보낸 뒤 자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뉴질랜드의 첫 번째 확진자인 60대 여성은 이란에 머물다 26일 두바이에서 인도네시아 발리를 경유해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도착한 아랍에미리트 항공 여객기를 탄 것으로 조사됐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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