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물려줄 집, 6월말 전에 넘긴다"…늘어나는 부담부 증여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내 증여시 절세 혜택…전세끼고 자녀 명의로
집값 약세에 증여 시점은 저울질…"경제 불확실" 상가 투자도 '신중'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은퇴후 고정 소득이 없는 2주택자 박모(66)씨는 최근 공시가격 인상으로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지자 전세를 놓고 있는 아파트 1채를 30대 자녀에게 사전 증여하기로 했다.
급매로 싸게 팔기는 아깝고, 맞벌이로 고생하는 무주택자 자녀에게 부담부 증여 형태로 물려주기로 한 것이다. 다만 증여 시점은 고민 중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급매물이 늘고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장 증여 신고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박씨는 "증여를 할 때도 시세대로 세금이 부과되므로 기왕이면 집값이 더 떨어진 다음에 신고하는 게 세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라며 "6월 말 전에 증여하되 집값이 최대한 낮을 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공시가격 발표로 주택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나선 다주택자들이 늘어난 가운데 주택 매도와 함께 부담부(負擔附) 증여를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매수세가 위축돼 시세보다 수억원이 싼 급매물이 아니면 팔리지 않자 차라리 부채 낀 집을 통째로 자녀에게 물려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집을 파는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긋한 분위기다. 증여 역시 조정대상지역 내 양도소득세 중과가 유예되는 6월 말까지 끝내는 게 유리하지만, 최근 집값 하락이 예상되면서 증여 시점을 저울질하는 것이다.
금리 인하와 종부세 등 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로 자산가들의 꼬마빌딩 등 상가건물 투자에 대한 관심은 꾸준하다.
다만 코로나 영향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며 매수 시기는 늦추겠다는 분위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아파트 매수 상담 실종, 상가건물 투자도 신중하게
25일 부동산 자산가들과 다주택자들을 상담하는 은행 상담센터나 일선 세무사들은 최근 공시가격 발표 이후 다주택자의 매도 결정이 종전보다 증가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올해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시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인 6월 말 전에 주택을 처분하려는 수요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공시가격 발표 이후 보유세 부담이 피부로 느껴지면서 그간 임대사업자 등록 등 의사결정을 미뤄 온 다주택자들에게는 주택 처분 문제가 현실로 다가온 것 같다"며 "주택을 매도한 뒤 양도세 신고를 의뢰하는 건수가 종전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김 세무사는 "실제 매도 금액도 종전에 상담했을 때보다 상당 수준 떨어졌다"며 "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되다 보니 급매물이 아니면 팔리지 않는 최근 시장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액 자산가를 상대로 하는 일선 은행의 투자상담센터에도 주택 투자 문의는 뚝 끊겼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연구위원은 "대부분 개인 또는 법인의 상가건물 매수 상담이 주를 이룰 뿐이고 주택, 특히 아파트 매수 문의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코로나 영향으로 집값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지금은 누구도 집을 사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상가 건물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0%대에 진입한 데다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빠르게 하향 조정하면서 돈 굴릴 곳이 없어진 현금 부자들이 2∼3% 정도의 수익률이 나오는 50억∼100억원대 꼬마빌딩 투자에 관심을 갖는다.
은행 등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주택담보 대출이 막힌 상태에서 대출상품을 끼워팔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상가건물 등 수익형 부동산 뿐이다 보니 고객들에게 투자를 권유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에 따른 자영업자 위기로 빈 상가(공실)가 늘고 임대료가 하락하는 등 리스크가 커지자 최근에는 상가건물 투자도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안명숙 부장은 "자산가들의 관심은 결국 상가 등 수익형 건물에 있지만 글로벌 경제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최종 의사결정을 미루는 신중한 분위기가 늘었다"며 "공실이 지속하면 꼬마빌딩도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 내 물려주자"…부담부 증여 급증
그런가 하면 증여를 검토하는 다주택자들은 더 증가했다.
최근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급매물이 아니면 팔리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다주택자들이 매도와 동시에 증여까지 함께 저울질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자녀에게 전세를 끼고 주택 소유권을 넘기는 부담부 증여 사례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에게 부동산 등 재산을 사전에 증여, 양도할 때 전세보증금이나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부채를 포함해 물려주는 것으로 부채를 뺀 금액을 기준으로 증여세, 양도세를 계산하게 된다.
그동안 양도세 중과 유예 영향으로 증여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만만찮았는데 양도세 중과 유예로 양도세가 줄면서 절세의 길이 열렸다.
실제 14년 간 보유한 강남의 한 아파트를 두 자녀에게 증여하기로 한 A씨의 사례를 보자.
A씨는 현재 3주택자로 취득가 8억원, 시세 17억원짜리 아파트 1채를 두 자녀에게 공동명의로 증여할 계획이다. 이 아파트에 끼어 있는 전세 보증금 9억5천만원을 자녀에게 동시에 넘기는 부담부 증여 방식이다.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이 주택을 지분 50대 50으로 작년 12·16대책 이전에 두 자녀에 증여했다면 양도세 3억236만원과 증여세 1억670만원, 증여로 인한 취득세 3천477만원까지 합해 총 4억4천383만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3주택자인 A씨가 12·16대책 전에 이 집을 일반에 매도할 경우 내야 할 양도세가 5억7천315만원인 점을 고려할 때 양도보다는 증여가 유리하지만 4억원이 넘는 증여 비용도 만만찮은 부담이었다.
그러나 올해 6월까지 양도세 유예기간 내에 두 자녀에 아파트를 공동증여를 할 경우 총 세 부담이 2억7천176만원으로 39%가량 감소한다.
증여세와 취득세는 종전과 같지만 양도세가 1억3천29만원으로 1억7천만원 이상 줄어들기 때문이다.
A씨가 아파트를 두 자녀에게 공동 증여하면서 1명에 증여할 때보다 절세 효과는 더 커졌다.
다만 부담부 증여 시에도 양도세 중과 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대상은 양도와 같은 '10년 이상 보유 주택'으로 한정된다.
증여를 고민하는 다주택자는 늘었지만 증여 시점은 대체로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집값이 하락해야 양도세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증여 신고 시점을 최대한 늦추려는 움직임이 있다.
시중은행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주택 증여세 신고는 실거래가가 원칙이고, 특히 거래 사례가 많은 아파트는 실거래가격과 시세가 명확하기 때문에 증여 시점의 집값 수준이 중요하다"며 "점차 실거래가격이 떨어지고 있어 집을 팔 사람은 서둘러서 매도하려 하지만 증여하는 사람 입장에선 서두를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집값이 계속 약세를 보인다면 증여 신고 시점은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 기간인 6월 말 전에서 최대한 늦출 가능성이 크다.
임대사업등록에 따른 득실을 따져보는 집주인들도 늘었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주어지던 종부세·양도세 합산배제 혜택은 사라졌지만 장기보유특별공제 헤택은 누릴 수 있어서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양도세 중과가 유예되는 6월 말까지는 공시가격 인상 등으로 급격하게 보유세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들이 세금을 덜 내면서 주택 수를 줄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이 기간을 활용해 매도, 증여 등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려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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