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학교과서 검정결과 발표…'독도는 일본 땅' 되풀이

입력 2020-03-24 15:39
일본 중학교과서 검정결과 발표…'독도는 일본 땅' 되풀이

17종 사회과 교과서 대부분 일본 정부 시각으로 독도 기술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이세원 특파원 = '독도가 일본 영토이며 한국이 이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이 내년부터 사용될 일본의 새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에도 대거 실리게 됐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4일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에 이런 내용의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서면 보고했다.

교도통신과 산케이(産經)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검정에 합격한 일본 사회과 역사(7종)·공민(6종)·지리(4종) 3개 과목 총 17종의 교과서에는 대부분 일본 정부의 시각이 담긴 독도 관련 기술이 포함됐다.

교과서들은 대체로 "일본 고유 영토인 다케시마"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교도통신에 의하면 지리(4종)와 공민(6종)의 경우 전체 교과서가 독도는 물론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를 일본 정부의 시각으로 다뤘다.

앞선 중학교 교과서 검정에선 공민 교과서 중 1종에 센카쿠 열도 관련 기술은 없었으나, 이번에는 예외 없이 게재됐다.

직전인 2015년에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도 2011년 검정 때와 비교해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주장이 3배로 급증한 바 있다.



2015년 중학교 교과서 검정은 2014년 1월 개정된 일본 정부의 교과서 검정기준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가 처음 적용된 사례였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당시 근현대사와 관련 '정부의 통일된 견해'를 기술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교과서 검정 기준을 개정하고, 중·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교과서 제작의 기준이 되는 지침서)에 '독도는 일본 고유영토', '한국의 불법점거' 등 주장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2015년 중학교 교과서 검정은 물론, 이후 2016년과 2017년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2019년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에도 아베 정권의 이런 방침이 반영됐다.

특히, 작년 3월 26일 발표된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보면, 초등학교 4~6학년 사회과 교과서 9종 모두에 독도 영유권 주장이 담겼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이번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해 "지난해 초등학교 교과서의 문제가 있는 기술과 비슷한 수준이고, 5년 전 중학교 교과서 검정 때보다는 개악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독도 영유권 주장은 물론 역사를 왜곡하는 기술, 일본 제국주의를 미화하는 내용이 포함됐고, 일제 강제수탈과 일본군 위안부 등은 축소, 은폐됐다"고 평가했다.

교과서 검정은 민간이 제작한 교재가 학교에서 교과서로 사용하기 적절한지를 정부가 심사하는 제도로 일본의 패전 직후인 1947년부터 이어졌다.

당국은 출판사가 제출한 검정 신청 도서를 검토해 조사·검정 의견을 내며 출판사는 검정에서 합격하기 위해 이를 토대로 책의 내용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검정을 통과한 도서만 일선 학교에서 교과서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검정은 문부과학성이 학교 교육 내용을 좌우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이번 검정에선 역사 과목으로 신청한 9개 교과서 중에 지유샤(自由社)의 '새로운 역사 교과서' 등 2개는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지리와 공민, 지도(2종)는 신청한 교과서가 모두 합격 판정을 받았다.

징용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수출규제 강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한 입국규제 조치로 한일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이번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는 양국 관계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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