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코로나19에 한시적 '대리 투표' 허용
의원들 잇단 코로나19 격리되자 결정…"비상사태에는 재빨리 대응하는 게 긴요"
원격투표 목소리도 커져…트럼프도 "임시 원격 투표 찬성"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미국 하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의회 내 제한적인 대리 투표를 허용하기로 했다.
짐 맥거번 하원 규칙위원회 위원장은 23일(현지시간) 동료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의회로 갈 수 없거나 직접 투표를 할 수 없는 의원의 경우 대리 투표자를 지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최근 2명의 하원의원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하원 투표와 관련한 규칙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마리오 디아스-벌라트(공화) 의원과 벤 맥애덤스(민주) 의원은 지난 18일 미 의회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
상원에서도 공화당 랜드 폴 의원이 감염된 사실이 전날 전해졌고, 그와 접촉한 밋 롬니 상원의원과 마이크 리 상원의원도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태다.
AFP통신에 따르면 의원 3명의 양성 판정 외에도 최소 12명이 자가 격리 중이다.
대리 투표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의원, 환자를 돌보거나 여행을 예약한 의원 등이 해당한다고 맥거번 위원장은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국가 비상사태"라며 "재빨리 대응하는 게 긴요하다"고 말했다.
대리 투표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만 적용된다.
이 제안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2조 달러 규모의 구제법안의 이번 주 상원 표결을 앞두고 나온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원격 투표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67명의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이날 비상사태 동안에는 원격 투표를 허용하라고 규칙위원회에 촉구하는 결의안에 서명했다.
에릭 스왈웰 하원의원이 주도한 결의안은 의회를 오가며 투표한 뒤 지역구로 돌아가야 하는 여정이 요구될 경우의 대중 보건 위험을 경고했다.
스왈웰 의원은 "우리는 위기 시 의회가 한 장소에 모이지 않고서도 행동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움직임은 양당 모두로부터 주목받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공화당 거두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트위터에서 "위기에도 상원이 계속 운영되도록 원격 투표 방식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내달 초 부활절 휴회를 위해 "상원이 자리를 비우기 전에 이런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코로나19 양성 판정 의원들의 표결 불참으로 2조 달러 규모의 구제법안이 벼랑 끝에 놓이고 중대 입법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전날 상원의 구제법안 절차투표가 부결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도 "일단 임시 원격 투표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원 규칙위원회는 보안에 대한 우려로 원격 투표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했다. 다만 향후 긴급사태에 대비해 더 조사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으로 로드아일랜드 주도 민주당 대선 경선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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