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확산 고삐 풀렸나…코로나19 나흘만에 확진 10만명 증가(종합)

입력 2020-03-24 16:49
수정 2020-03-24 17:47
글로벌 확산 고삐 풀렸나…코로나19 나흘만에 확진 10만명 증가(종합)

10만명까지 67일→20만명까지 11일→30만명까지 4일

중국, 우한 봉쇄 내달 8일 해제…트럼프 "미국 경제활동 곧 재개"

각국 경기부양책 잇따라…WHO "공격으로 대처전술 바꿔야" 기조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속도가 이전보다 무서운 기세로 빨라지고 있다.

전체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진원지로 꼽혀온 중국 우한(武漢)을 대상으로 한 봉쇄 조치는 조만간 풀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선 파격적인 유동성 공급 조치를 내놨지만, 증시는 하락 추세를 보였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적 거리 두기'의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을 포함해 전체 확진자 수는 계속 늘고 있어 세계보건기구(WHO)는 각국에 공격적인 대응 전략을 주문했다.

◇ WHO "팬데믹 가속화"

23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발병 초기부터 10만명에 이르기까지 처음에는 67일이 걸렸으나 이후 다시 10만명이 증가하기까지 11일이 소요됐고 재차 10만명이 늘어나기까지는 최근 불과 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 7일 전 세계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선 이후 환자 수가 단시간에 급증하며 가파른 확산세를 보인 것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팬데믹)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WHO는 이날 현재 누적 확진자 33만2천930명, 사망자 1만4천510명으로 집계했다.

이를 전날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확진자가 4만788명, 사망자는 1천727명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확진자 17만1천424명, 사망자 8천743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 세계 확진자와 사망자의 각각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유럽에선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에서 확산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테워드로스 총장은 코로나19의 가파른 확산 궤도를 변화시키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면서 각국에 엄격한 검사와 접촉자 추적 전략을 촉구했다.

그는 "수비만 해서는 이길 수 없기에 공격적이고 표적화된 전술로 바이러스를 공격할 필요가 있다"며 모든 의심 사례에 대한 검사, 확진자 격리와 보호, 밀접 접촉자 추적과 격리 등을 제시했다.

테워드로스 총장은 전 세계적 차원에서 정치적 약속과 협조가 필요하다며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에게 방호 장비의 생산 확대, 이에 대한 수출금지 방지, 필요성을 토대로 한 분배의 형평성 보장 등을 위해 공조할 것을 금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WHO 입장에선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한편에선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이미 명백히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 등에 따르면 201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레빗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매일 50건이 넘는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보고한 78개국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러한 결론을 도출했다.

레빗 교수는 앞으로 수개월, 길게는 1년 동안 코로나19가 대유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코로나19 감염자 현황은 그런 시나리오를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관련 통계는 집계 기관마다 차이가 있는데,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로는 24일 오후 현재 확진자는 38만1천598명, 사망자는 1만6천559명에 달한다.

◇ 중국, 긴장 속 정상화 모색…미국, 무제한 양적 완화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23일 하루 동안 중국 본토의 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는 78명(해외에서 입국한 74명 포함), 신규 사망자는 7명이었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로써 중국 본토의 누적 확진 환자는 8만1천171명이고 사망자는 3천277명이다.

특징적인 것은 후베이성 정부가 이날 인터넷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내달 8일 0시를 기해 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로 꼽혀온 우한(武漢)에서 외부로 나가는 교통 통제의 해제를 발표했다는 점이다.

우한을 제외한 후베이성 지역에 대한 봉쇄는 25일 0시를 기해 먼저 즉각 해제된다.

중국은 지난 1월 23일 우한을 전격 봉쇄했다. 봉쇄가 풀리는 것은 2개월여 만이다.

우한이 점진적으로 경제·사회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인구 유동이 본격화할 경우 바이러스가 재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중국 정부는 사태 극복을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책도 추진하기로 했는데, 중국 내 31개 성·시·자치구 중 25개 지역 정부가 추진하는 경기부양책을 모두 합치면 총 50조 위안(약 8천800조원) 규모에 이른다.

세계 각국에서 '재난 기본소득' 제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14억 중국인 모두에게 2천위안씩(약 35만원), 총 2조8천억 위안(약 443조원)을 지급하자는 건의도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에 정식으로 제출됐다.

미국은 또다시 경제적 처방에 나섰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3일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QE)에 들어갔다.

파격적인 유동성 공급조치를 내놨지만, 증시의 하락 추세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다시 그리고 조만간 '영업 재개' 상태가 될 것이다. 매우 곧"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직접 발표한 '사회적 거리 두기' 등 가이드라인의 기한이 이달 30일로 다가오는 가운데 경제적 충격파 등을 감안, 그 이후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보건당국에선 이번 주에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한 터라 트럼프의 발언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예상된다.

존스홉킨스대학 집계로는 24일 오후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만6천438명이다. 중국,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환자가 많다.

◇ 유럽선 연이은 이동제한령…일본은 성화 봉송 보류

이탈리아에선 전국 이동제한령과 휴교령, 전국 비필수 업소 영업정지에 이어 지난 22일 밤 전국 모든 비필수 사업장의 영업 또는 생산 활동을 중단시키는 추가 조처를 한 상태다. 최근 이틀간 확진자 증가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그리스에서도 1천300만 전 국민 대상의 외출금지령이 23일 오전부터 내려졌다. 출·퇴근이나 식료품·의약품 구매, 의사 진찰 등 필수적인 활동을 제외하고는 외출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영국도 생필품 구매를 위한 쇼핑, 운동, 치료, 필수적 업무를 위한 출퇴근 외에는 반드시 집에 머물도록 했다.

AP통신은 78억명에 육박하는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에 달하는 15억명에게 "집 안에 머물라"는 권고와 명령이 내려졌다고 추산했다.

각국의 긴급 재정대책도 이어졌다. 독일 정부는 1천560억 유로(211조9천3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했고, 스웨덴 중앙은행은 시중 은행에 4천억 스웨덴 크로나(약 48조7천억원) 규모의 대출을 제공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유럽 각국이 봉쇄령을 강화하는 가운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소비자 심리가 얼어붙어 결국 경기침체(recession)가 가시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코로나19 위기가 계속되면서 프랑스와 스페인 등 일부 국가는 보건의료 시스템이 마비 직전의 상황에 내몰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른 스페인에서는 노인들이 양로원이나 요양 시설에서 내 버려진 채 발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올해 여름 개막을 앞두고 이번 사태 여파로 연기론이 부상하는 도쿄올림픽과 관련해선 성화 봉송이 보류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대회 조직위원회는 26일 후쿠시마(福島)현에서 시작할 예정이던 성화 봉송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대회가 최대 1년 이내 범위에서 연기되는 방향으로 조율이 이뤄질 전망이라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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