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과민반응 억제하는 림프계 메커니즘 발견"

입력 2020-03-23 18:17
"면역 과민반응 억제하는 림프계 메커니즘 발견"

결합조직 구성하는 섬유아세포, 자가항체 생성 제어

미국 HSS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 면역학'에 논문 발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건강한 면역체계는 질병과 감염으로부터 우리 몸을 방어한다.

류머티즘 관절염, 루푸스병, 피부 경화증 등 자가면역 질환은, 면역체계가 과민 반응해 멀쩡한 세포와 조직, 기관 등을 공격하는 것이다.

국내의 한 20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위중한 상태로 몰아넣은 일명 '사이토카인 폭풍'도 일종의 면역 과민반응이다.

이런 자가면역 증상과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건 과학자들의 오래된 숙제였는데, 최근 미국 뉴욕의 HSS(Hospital for Special Surgery) 연구진이 자가면역 질환에 관여하는 물질을 림프계에서 발견했다.

'림프절 기질 CCL2'라는 이 물질은 면역계의 항체 반응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면역 질환을 완화하는 쪽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 병원 과학자들은 최근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기존의 자가면역 질환 약이 효과를 내는지 시험 중이다.

이 연구를 수행한 HSS의 테레사 루 박사팀은 관련 논문을 저널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에 발표했다. HSS는 별도의 논문 개요를 20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HSS는 무릎, 어깨, 관절 부위 등의 특수 수술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의료기관이고, 루 박사는 이 병원 부설 연구소가 운영하는 자가면역 감염 프로그램의 수석 과학자다.

루 박사팀은 면역 항체 생성에 관여하는 편도선, 지라, 림프절 등 림프조직을 10여 년 전부터 연구해왔다.

이번에 연구팀은, 항체 분비 면역세포인 원형질 세포의 활동 영역에 CCL2가 발현하는데 특정 섬유아세포 무리(subset of fibroblasts)가 관여한다는 걸 발견했다.

자가면역 질환에서 원형질 세포는 자가항체를 생성해 신장과 피부 등에 염증을 일으킨다.

CCL2는 원형질 세포의 생존을 억제하는 중간 세포를 조절함으로써 원형질 세포의 면역 반응 규모를 제한했다.

루 교수는 "자가면역 질환과 염증 질환이 생기면 섬유아세포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만약 제 기능을 못 한다면 이를 바로잡아 질병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섬유아세포를 조작하는 방법을 알아내면 근골격 손상, 암, 감염병 등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면서 "자가면역 질환인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루푸스병에 쓰던 약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효과가 있는지 시험 중"이라고 덧붙였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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