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무증상자 검사 논쟁…확산차단 효과 vs 장비낭비

입력 2020-03-23 16:53
코로나19 무증상자 검사 논쟁…확산차단 효과 vs 장비낭비

한국·아이슬란드 "무증상도 검사"…미국 "의료진·기저질환자 위주로 검사"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발열과 기침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이 없더라도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무증상자 검사 여부를 놓고 각국 전략이 엇갈린다.

코로나19 확산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더라도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 등을 검사해야 한다는 주장과, 불필요한 검사로 꼭 필요한 순간에 의료진과 의료장비를 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반론이 팽팽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나라 중 하나인 아이슬란드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중 절반가량이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3일 전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한국의 무증상 감염자 비율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다"고 밝히며 무증상 감염자 중 "20% 정도는 퇴원할 때까지도 무증상 상태인 경우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아이슬란드는 코로나19 증상을 보이지 않더라도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면 적극적으로 검사·추적하는 나라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 기준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8천961명, 아이슬란드의 확진자는 568명이다.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이달 초 트위터에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코로나19 확산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전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무증상 전파가 확산의 주요한 통로가 되니 검사에 의미가 있다는 논리다.



무증상 감염자를 주시하자는 견해와 달리 달리 미국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증상을 보이지 않거나, 경미한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검사를 받아봤자 달라지는 게 없다며 검사 우선순위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점점 힘이 실린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누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면서 광범위한 조사를 독려하는 여타 국가와 사뭇 다른 행보에 나섰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소개했다.

미국 뉴욕주(州)와 캘리포니아주 등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계 종사자와 다른 기저질환으로 이미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먼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

의료 과부하를 우려하고 효과적 자원 배분을 강조하는 시각이다.





미국 백악관도 지난 21일 언론 브리핑에서 의료진과 장기요양 시설 거주자, 심장질환이나 폐 질환을 앓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 등에게 코로나19 검사 우선권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 검사를 할 때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돌봐야 하는 의료진의 개인보호장비가 쓰인다며 "미국에 있는 모든 사람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뉴욕시 질병통제국 드미트리 다스칼라키 부국장도 "마스크와 가운이 부족해지기 시작한 세상에서 우리는 검사가 필요하지 않은 누군가를 검사하며 중환자실에서 필요한 마스크와 가운을 빼앗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보건당국도 최근 의사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코로나19의) 전염을 늦추고 과도한 질병과 사망을 피하는 전략" 차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해달라고 권했다고 LA타임스가 보도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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