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에 또 친서외교…코로나19 고리로 유화 손짓

입력 2020-03-22 07:58
수정 2020-03-22 10:04
트럼프, 김정은에 또 친서외교…코로나19 고리로 유화 손짓

1월 생일 축하 이어 이번엔 코로나19 방역 협조 의향 전달

북미관계 추동 어떤 구상 담겼을지 주목…원론적 언급 그쳤을수도

재선 상황관리 차원 시각도…국무부는 북 발사에 "도발 피하고 협상 촉구"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며 유화적 손짓을 보냈다.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한국시간 22일 새벽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북미관계 추동 구상을 설명하고 코로나19 방역에서 협조할 의향을 전달했다고 밝힌 것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처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방역을 고리로 김 위원장을 향한 신뢰를 확인하며 동시에 비핵화 협상 등 북미 관계 진전 희망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서가 전달된 시점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이 이달 들어 벌써 세 번째 발사체 발사 실험을 하는 도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대한 친밀감을 표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에도 김 위원장의 생일 축하 친서를 보낸 바 있다

트럼프, 김정은에 친서…김여정 "코로나 방역 협조 의사 밝혀" / 연합뉴스 (Yonhapnews)

미국은 그동안 경제 제재를 통해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낸다는 최대 압박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인도적 지원에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13일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 주민의 발병 취약성을 우려한다며 필요시 신속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코로나19 인도적 지원은 제재와 별개라는 입장을 수차례 공언했다.

실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달 27일 북한의 코로나19 대처를 돕기 위해 인도적 지원에 한해 대북 경제 제재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역시 이런 연장 선상에서 의료 수준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을 적극 지원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코로나19 환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발병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매일 언론 브리핑에 직접 나설 정도로 급박한 상황에서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에 관심을 가졌다는 부분은 다소 이례적인 일로도 여겨진다.



더욱이 친서에는 코로나19 문제를 넘어서는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에서 북미 관계를 추동하기 위한 구상을 설명했다.

김 제1부부장이 이 구상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비핵화 해법과 제제 해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진전된 생각을 내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면 꽉 막혀있는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김 제1부부장은 "공정성과 균형이 보장되지 않고 일방적이며 과욕적인 생각을 거두지 않는다면"이라고 언급한 점에 비춰보면 북한이 수용할 만한 안이 못될 수도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세부적인 구상을 밝히기보다 북미 관계 개선에 관해 원론적 수준으로 언급했을 수도 있다. 김 제1부부장이 두 정상의 친분과 북미의 대립관계는 별개라는 식으로 말한 것도 친서가 북미관계 개선보다 정상 간 신뢰 확인에 좀더 방점이 찍혀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비핵화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겨냥했다기보다 북한 변수가 오는 11월 재선 도전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려는 차원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대선 정국이 본격화한 상황에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나 핵 실험을 할 경우 재선가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최근 들어 북한이 세 차례 발사체 발사 시험에 나선 데다 다음달 10일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키로 한 가운데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2월 김 위원장이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며 미 대선 개입에 대한 강한 경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미 고위당국자는 이날 로이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보낸 사실을 확인하면서 김 위원장과 계속 소통하길 고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지난 9일 초대형 방사포, 21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에 대해 도발을 피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의 의무를 준수하며 협상에 복귀하길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행동을 도발이자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친서가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 어떤 진전이 없고 북한은 제재 해제를 위해 미국을 압박하려고 미사일 발사시험을 하는 와중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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