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충격에 미국·유럽 기업들 정리해고 본격화
해고→소비 감소→경제 둔화→해고 악순환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공포에 인구 이동이 제한되고 소비와 생산이 위축되면서 미국과 유럽 기업들을 중심으로 정리해고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는 소비 감소와 경제 둔화를 심화시켜 다시 기업 해고를 늘리는 악순환을 반복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0일 AP통신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호텔과 항공, 여행 등의 업종은 물론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제조업체들에서 한 번에 수백~수천명 이상의 정리해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의 한 노조 간부는 전날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다음 주 월요일까지 600~1천명이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메리어트호텔은 지난 17일 수만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무급휴가는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어 사실상 임시 해고나 마찬가지다.
미국 GM 등 3대 자동차 업체들은 북미 공장들의 가동을 임시 중단하고 있어 15만명의 노동자가 놀고 있다.
이는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식당과 술집, 극장, 체육관 등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충격에 대비할 시간도 없이 당국의 명령에 따라 영업을 중단해 피해가 더 크다.
미국 포틀랜드의 유명한 서점인 파월스는 지난주 5개 층의 영업을 중단하고 300명 이상의 직원들을 해고했다.
워싱턴의 작은 커피 체인인 콤파스 커피는 전체 직원의 80%인 150명을 내보냈다.
여행산업의 충격은 더 엄청나게 크다.
미국여행협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여행산업 일자리 460만개가 사라지고 여행업계 실업률이 현재의 3.5%에서 6.3%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블브룩호텔의 존 볼츠 최고경영자(CEO)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지에 54개 호텔을 보유하고 있는데 객실 사용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 호텔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근까지 전체 직원의 절반인 4천명 이상을 정리해고했으며, 이달 말까지 2천명을 더 해고할 것 같다고 밝혔다.
유럽도 아직 공식 통계가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한 번에 수백~수천명의 정리해고가 단행되고 있다.
노르웨이항공은 무려 7천300명을 집으로 돌려보냈으며, 영국의 대형 저비용 항공사 플라이비는 법정관리로 넘어가 2천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스페인에서는 폴크스바겐이 1만4천명의 직원에게 무급 휴가를 떠나도록 조치하는 등 자동차 업계에서만 무려 10만명이 정리해고됐다는 추정이 나왔다.
제시카(35)는 지난 1월 델타항공으로부터 더 높은 보수를 제안받은 남편을 따라 시애틀에서 애틀랜타로 이사를 하였는데, 여행산업이 붕괴하며 남편의 실직을 걱정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는 "이런 상황이 올 줄 어떻게 알았겠느냐"면서 "난파하는 열차를 무기력하게 지켜봐야만 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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