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짐지다 코로나19에 당한 독일서 1천만 감염·경제침체 경고음
독일의 질본인 RKI 소장, 코로나19 2년 지속 가능성 언급
메르켈 총리, 뒤늦게 국민에게 여러차례 경고…GDP 9% 위축 전망도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과 경기침체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시민들의 공공생활을 제약하는 잇따른 극약처방에도 이를 지키지 않는 시민들이 여전히 많은 데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거세자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이탈리아에서 급속하게 확산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25일부터 확진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독일 정부는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 여행객과 감염 경로 추적 등에 특단의 대책을 취하지 않았고, 시민들도 대체로 코로나19에 그리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독일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할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뒤늦게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위한 시민들의 연대를 주문했지만, 이미 확산이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에 해당하는 독일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의 로타 빌러 소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모든 지방정부가 보건기관이 감염자를 신속히 찾아낼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의대생과 퇴직 의사들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빌러 소장은 시민들에게 최소 1.5m의 사회적 거리를 두고 위생을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런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으면 100일 안에 독일 내 감염자가 1천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구나 빌러 소장은 최악의 경우에 코로나19가 2년 동안 지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KI는 코로나19로 인한 자체 위험수위를 두 번째로 높은 '높음' 단계로 격상하면서 병원들의 중환자 수용 능력을 2배로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독일 연구기관에서는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독일 시민의 60∼70%가 감염될 가능성을 경고했고, 메르켈 총리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전망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런 경고는 독일 정부가 지난 15일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스위스, 덴마크 국경에 대해 화물 및 통근자 이동을 제외하고 통제 조치를 실시한 데 이어 16일에는 공공장소 운영 및 종교단체 모임 금지, 일반 상점 운영금지 등의 초강수를 뒀는데도, 여전히 시민들 간의 접촉이 많은 가운데 나왔다.
지금과 같은 생활 방식을 계속한다면 코로나19로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미리 인식 시켜, 사태 장기화 시 시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려는 셈법도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연방정부와 주 정부들은 전날 현재 2만8천개 수준인 중환자 병상을 2배 수준으로 늘리기로 하고 호텔과 행사장을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할 병동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베를린 당국은 대규모 박람회장으로 활용되어 온 '메세 베를린' 부지에 4월 내로 코로나19 전용 병원을 만들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독일의 Ifo 경제연구소는 19일 코로나19 여파로 독일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과 비교해 최소 1.5%에서 최대 6%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Ifo 경제연구소가 공개한 3월 기업환경지수 예비치는 87.7로 전달 96.0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Ifo 독일경제연구소는 "독일 경제가 빠르게 침체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킬 세계경제연구소는 더 나아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 경제가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독일 GDP가 9%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킬 세계경제연구소는 내년에는 GDP가 7.2%∼10.9%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킬 세계경제연구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2009년보다 주식시장의 침체와 생산량 감소세가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생산 부진 현상을 더 빨리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독일에서는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계속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브레멘과 만하임의 마트에서는 화장지 구매와 관련해 마트 직원과 손님 간에 신경전이 벌어져 폭행 사건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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