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법원, 훈육 명분 학대로 딸 죽인 친부에 징역 16년형

입력 2020-03-19 17:13
수정 2020-03-19 17:14
일본법원, 훈육 명분 학대로 딸 죽인 친부에 징역 16년형

자녀 체벌 못하게 하는 아동학대 방지법 내달부터 시행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에서 10세의 어린 딸을 상습적으로 학대해 숨지게 한 뒤 훈육 차원의 체벌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해 온 40대 아버지가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바(千葉)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19일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 등)로 기소된 구리하라 유이치로(栗原勇一郞·42)에게 징역 16년형을 선고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지금까지 아동 학대 사건에서는 징역 10년 전후의 선고가 많았다면서 재판부가 이 사건 피고인을 엄중하게 단죄한 것이라고 전했다.

지바현 노다(野田)시에 살던 초등학교 4학년생(10세) 미아(心愛) 양은 작년 1월 친부인 구리하라에게 상습적으로 학대를 당하다가 숨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구리하라는 1년 이상 큰딸인 미아 양을 상습적으로 학대했다.

특히 미아 양이 숨지기 직전인 작년 1월 22~24일에는 밥을 제대로 주지 않은 채 욕실에 서 있게 하거나 잠을 제대로 재우지 않은 상태에서 샤워기로 찬물을 계속 뿌려 대기도 했다.

미아 양은 결국 1월 24일 저녁 사망했는데, 굶주림과 스트레스로 인한 쇼크사이거나 물로 인한 질식사라는 법의학 전문가의 소견이 나왔다.



이 사건은 미아 양이 수년 전부터 부친의 가혹행위를 겪고 있음을 학교에서 벌이는 설문조사를 통해 알렸음에도 지역아동상담소 등을 통한 보호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일본 사회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또 구리하라가 딸을 상대로 저지른 가혹행위를 '시쓰케'(예의범절을 가르치는 훈육)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일본에서 자녀체벌 금지를 명문화한 법이 생기는 계기가 됐다.

일본에서는 시쓰케를 이유로 부모가 자녀를 체벌하는 것을 용인하는 게 그간의 사회 분위기였다.

그러나 미아 양 사망사건으로 시쓰케를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돼 작년 6월 부모의 자녀체벌을 못 하게 하는 내용의 아동학대방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달부터 시행된다.

개정법은 처벌 규정은 없지만 부모 등 친권자가 아이를 훈육할 때 체벌해선 안 된다는 점을 명시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 법 시행과 관련한 지침을 통해 '신체에 고통이나 불쾌감을 주는 벌'이라고 체벌을 정의하고 가정교육 명분의 아무리 가벼운 체벌이라도 불허 대상으로 규정했다.

구체적인 금지 사례로는 숙제를 하지 않는다거나 못된 장난을 쳤다는 이유 등으로 행해지는 ▲ 빰·엉덩이 때리기 ▲ 장시간 무릎 꿇리기 ▲ 밥 안 주기 등을 적시했다.

아울러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언어폭력(폭언)도 학대와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금지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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