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질량·회전 정보 담은 '광자고리'도 곧 포착되나
블랙홀 이미지 잡은 EHT에 지구궤도 전파망원경으로 가능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난해 4월 블랙홀 이미지가 처음으로 잡혀 과학사에 남을 획기적 성과로 주목받았다. 블랙홀로 빨려드는 물질이 방출하는 빛을 통해 그림자 이미지이기는 해도 아무도 보지 못했던 블랙홀의 윤곽을 포착한 것은 블랙홀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데 충분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제 그 이미지에서 도넛 형태의 붉은 빛에 가려졌던 블랙홀의 하부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열릴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프린스턴고등연구소(ISA)와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CfA)의 천체물리학자 마이클 존슨이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 궤도의 우주망원경 하나만 추가하면 블랙홀의 '광자고리'(photon ring)을 포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ces)에 발표했다.
블랙홀은 강력한 중력으로 광자로 불리는 빛의 입자도 블랙홀을 돌다가 망원경에 도달하는데, 이렇게 원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광자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이 광자고리는 무수한 하부고리를 형성하며 점점 더 얇아지다가 궁극에는 포착할 수 없게 된다.
존슨 연구원은 하부 고리에 대해 "같은 이미지가 무한대로 이어지는 '유리의 방'(hall of mirrors)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M 87 은하 중앙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관측한 '사건지평선 망원경'(EHT)에 더해 지구 궤도를 도는 전파망원경의 도움을 받으면 이런 광자고리를 직접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HT는 세계 8곳에 배치된 전파망원경을 '초장기선 간섭'(VLBI) 관측법으로 연결해 지구 크기의 거대한 가상 망원경을 형성한 것으로, 이보다 성능을 높이려면 망원경 위치를 우주로 확대할 수밖에 없다. 다만 지구 궤도 우주망원경으로는 1차 광자고리 밖에 볼 수 없으며 그 다음 고리를 보려면 달쯤에, 그 다음 고리는 약 1억5천만㎞밖에 우주망원경을 갖고 있어야 포착이 가능할 것으로 나타났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예측한 광자고리는 블랙홀의 지문과 같은 것으로 아직 미지의 영역에 남아있는 블랙홀의 질량과 회전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질량과 회전량은 천체의 실체를 파악하는 핵심 척도로 간주돼 왔다.
EHT 관측을 통해 블랙홀의 실제 질량을 10% 내에서 계산해 낼 수 있지만 회전에 관해서는 많은 정보를 파악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구궤도 우주망원경을 통해 광자고리가 실제 관측된다면 상황이 바뀔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광자고리를 관측하기 위한 우주망원경 배치는 이전에도 제안된 적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추진되지는 못했다.
존슨 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가 EHT에 우주망원경을 더해 광자고리를 실제 관측하는 새로운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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