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세계대전급 위기"…각국 민간동원 전시 태세(종합2보)

입력 2020-03-19 16:53
코로나19 "세계대전급 위기"…각국 민간동원 전시 태세(종합2보)

확진 22만 육박, 유럽·미 중심 급증…유럽은 중국 추월, 미·프랑스는 한국 역전

트럼프 '국방물자생산법' 발동…영국도 일반 기업에 지원 요청

유럽 루이뷔통·주류업체, 손세정제 생산…GM·포드, 인공호흡기 생산 검토

아이폰 조립사는 마스크 제작…이탈리아 재소자들도 마스크 생산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황철환 김서영 기자 =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각국이 '전시 태세'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19일(한국시간) 오후 현재 누적 확진자가 22만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8천800명을 넘어섰다.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유럽은 확진·사망자 수 모두 '발원국' 중국을 뛰어넘었다. 미국도 하루 새 무려 약 3천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미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21만8천815명, 사망자는 8천810명이다.

누적 확진자는 중국이 8만1천138명으로 가장 많고, 이탈리아(3만5천713명), 이란(1만7천361명), 스페인(1만4천769명), 독일(1만2천327명) 순이다.

미국(9천415명)과 프랑스(9천54명)가 이날 9천명을 넘기면서 처음으로 한국(8천565명)보다 감염자 수가 많아졌다. 스위스(3천67명)와 영국(2천644명), 네덜란드(2천56명)를 포함해 2천명 이상의 확진자를 보인 국가는 11개국으로 집계됐다.

유럽 전체의 확진자 수는 9만여명으로, 중국을 넘어섰다.

6대륙 중 가장 늦게 감염자가 발생한 중남미도 전날보다 400여명이 늘어난 1천600여명이 확진되면서 확산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 세계인의 일상이 사실상 '올스톱' 되다시피 하자 보건과 무관한 민간기업까지 의료물자 생산에 가세하는 등 말 그대로 준(準)전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지구촌 정치 지도자들이 이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규정한 가운데 전시상황에서 민간 부문을 군수물자 생산에 동원하는 것과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전시 대통령'이라고 지칭하며 현 상황을 "중국 바이러스에 대항한 우리의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민간 기업들이 코로나19 대처에 필요한 의료 물자 생산을 확대하도록 하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을 발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시처럼 긴박한 상황에 동원되는 이 법은 대통령이 국방·에너지·우주·국토안보를 지원하기 위해 주요 물자 생산을 확대하도록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다.

이미 적지 않은 기업들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 투입될 의료 물자 생산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경제지 포천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때 탱크 등 무기 생산에 투입된 적이 있던 자동차업체 제너럴 모터스(GM)는 이미 중국 류저우시에 있는 자사 생산공장에서 수술용 마스크를 제조하고 있다.

GM과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인공호흡기 등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만나 "의료기기 생산을 지원할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드도 인공호흡기와 기타 장비 생산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면서 "정부와의 사전논의를 거쳐 타당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GM과 포드가 인공호흡기와 같은 복잡한 의료장비를 만들기 위해선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유럽도 비슷한 양상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롤스로이스·포드·혼다 등 자국 내 생산기지가 있는 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60여개 제조사에 인공호흡기 등 필수 의료장비 생산을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과거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전투기 엔진 등 군 장비 제작을 민간 제조업체에 주문한 것과 비견할 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영국은 호텔을 임시병동으로 쓰기로 했으며 은퇴한 의료진까지 의료현장에 복귀하도록 하고 있다.

전 국민 이동 금지령이라는 초강수를 발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거듭 "우리는 전쟁 중"이라고 밝히며 시민들에게 책임감을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군 병원과 군 장병을 코로나19 대응에 투입하겠다면서 "이런 특단의 조처를 한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호응하듯이 세계적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의 모기업인 프랑스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프랑스에 있는 자사 향수·화장품 제조시설에서 손 세정제를 생산하겠다고 나섰다.

이 회사는 파리에 있는 39개 공공병원을 비롯해 보건당국에 무료로 세정제를 공급할 예정이다.

또 스코틀랜드 주류회사 브루독, 리스 진, 베르던트 스피리츠와 프랑스 주류회사 페르노리카 등도 손 세정제를 직접 생산하거나 알코올을 대량으로 기부해 세정제 생산을 돕기로 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확진자 폭증으로 의료시스템 붕괴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에서는 축구장에 천막으로 임시 병실을 설치하고 교도소 수용자들을 마스크 제조에 동원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통일 이후, 아니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 한바탕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중국에서는 애플 아이폰 제조 기업인 폭스콘이 생산라인 일부를 마스크 제조 라인으로 전환해 하루 100만개의 마스크를 찍어낸 바 있다.

hwangch@yna.co.kr,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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