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빗장 건 유럽…'셧다운 공포' 커지는 한국 현지 제조업
유럽 각국 입국·국경 제한에 외출 자제…동유럽 배터리 벨트 초비상
삼성·LG 유럽·미국 매장도 운영·유통 차질…실적 악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김영신 최재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 미국에서 급확산하면서 현지에 사업장을 둔 국내 전자·배터리 업계가 사상 초유의 위기감에 빠졌다.
유럽연합(EU)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국인의 입국을 막고 나라 간 이동도 통제하는 사실상 '국경 폐쇄' 조치를 취하면서 물류 운송·조달 등에 차질이 빚어지면서다.
현지 사업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셧다운'을 해야 할 가능성이 커서 사업장을 지키기 위한 방어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 동유럽 배터리 '초비상'…전방 완성차 속속 중단에 도미노 우려
1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동유럽 소재 공장들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고 가동과 부품 수급이 중단되는 상황까지 가정하고 단계별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를 겨냥해 동유럽에 일제히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LG화학[051910]은 폴란드, 삼성SDI[006400]와 SK이노베이션[096770]은 각각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이 있다.
회사들은 현재까지 공장 내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수주 계약, 부품 수급 등에 직접적으로 차질이 빚어진 일은 없다면서도 각국의 입국·이동 제한으로 점차 타격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국가들이 국경을 제한하지만 화물은 예외여서 물류 이동에 큰 문제는 없지만 운송 시간이 지연되고, 점차 운송 수단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물류망이 마비되는 경우가 최악"이라고 말했다.
만약 공장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일시 '셧다운'이 불가피해 현지 방역당국과 협조하며 각종 방역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방 산업인 완성차 업체들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점도 배터리 업계를 불안에 빠뜨리고 있다.
독일 최대 자동차기업인 폴크스바겐이 최대 3주간 유럽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전날 밝혔다.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도 독일 공장을 잠정 중단하는 등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중단·감축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중국발 리스크가 점차 해소되고 있던 차에 유럽으로 코로나가 옮겨가면서 타격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직은 공장을 정상 가동 중이지만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새파랗게 질려있다"고 토로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가 점차 확산하며 우려감이 커진다. 미국 정부는 모임 자제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도 배터리 생산 기지를 두고 있으며 추가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면 공장 건설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 삼성전자 미주 오프라인 매장 폐쇄…삼성·LG 속속 재택 권고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 전자업계도 유럽과 미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매장 일시 폐쇄, 재택근무 등 선제적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캐나다, 페루 등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이번주부터 일시 폐쇄했다. 재개장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유럽에서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오스틴에 공장이 있다.
LG전자는 폴란드, 미국 테네시·앨라배마주, 멕시코 등에 공장을 두고 있다.
공장들은 모두 정상 가동 중이지만, 외출 금지나 집결 자제 등 때문에 유통 매장에 방문객이 끊기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매장을 닫으면 온라인으로 판매가 이뤄지는데 온라인에서는 프리미엄 제품보다 저렴한 제품 위주로 팔리는 편"이라며 "이에 따른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지역에 한해 가능한 인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있고, LG전자 이탈리아 법인은 2월 말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스라엘 현지법인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최근 받았으나, 회사 내 접촉자는 없어 사무실 폐쇄 등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위니아대우는 해외 생산라인 가동에는 아직 차질이 없지만, 유통망이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과 남미 등의 판매망 운영은 물류와 인적 이동이 제한된 지역에서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며 "특히 유럽에서는 현지 딜러망을 이용하는데 현지 업체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매장 방문객이 끊겨 판매가 대폭 줄었으며 이에 따라 신제품 출시나 마케팅 활동 등도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위니아대우는 이달 말에 본격 가동할 예정인 태국 공장은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기 전에 인력 파견을 마쳤고, 멕시코 생산법인에서도 아직 코로나19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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