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의심증상에도 정부 간담회 참석한 병원장 '논란'

입력 2020-03-18 18:29
수정 2020-03-18 19:09
코로나19 의심증상에도 정부 간담회 참석한 병원장 '논란'

분당제생병원 원장 11일부터 두통…이틀 뒤 13일 중대본 간담회 참석

병원 내 확진자 나온 후 실시한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

코로나19 '무증상 환자' 많아…우한·크루즈선 교민 음성에도 14일간 격리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김예나 기자 = 경기도 성남 분당제생병원 이영상 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증세가 있었는데도 방역당국 간담회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원장이 간담회 참석 후 5일 만에 코로나19 환자로 확진되면서 코로나19 콘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핵심 관계자 8명이 '예방적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수도권 대형병원 병원장까지 격리 상태에서 진단검사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1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새벽 3시께 코로나19 환자로 확진됐다. 발병 시점은 이달 11일 또는 12일로 추정된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이 원장은 3월 11일, 12일부터 두통 증상이 있어서 그때를 발병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 원장은 16일부터는 기침, 콧물 등 증상이 있었고, 다음날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으로 판정됐다.

이 원장의 발병 시점이 중요한 이유는 그가 1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중대본 간담회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중대본은 중증환자가 급증하자 간담회를 잇따라 열어 병원장들의 협조를 구하고 있었다.

당시 분당제생병원에서는 의사, 간호사, 환자, 보호자 등 16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였고, 이 원장은 상황 수습을 지휘하고 있었다.

이 원장이 보인 두통은 코로나19 의심증상 중 하나다. 중국 의료진이 지난달 28일 미국 의학저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확진자가 보이는 주요 증상은 기침(67.8%), 가래(33.7%), 피로(38.1%) 등이지만 두통(13.6%)도 10% 이상의 비율로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두통 증상이 나타났지만, 이틀 뒤에 코로나19 콘트롤타워가 주재하는 간담회에 참석한 것이다.



이 원장은 분당제생병원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5일 직원들과 함께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며 음성 판정을 받은 적은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전파력이 매우 높고, 환자 중에서는 증상을 아예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다. '무증상'이 '무감염'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임상 결과가 나와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일본 요코하마 항구에 있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국내로 대피한 교민 등을 임시격리시설에서 14일간 격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들은 입국 직후 검사에서 '음성'을 받았지만, 격리 상태로 있었다.

이 원장의 코로나19 확진으로 김강립 차관 등 복지부 직원 8명은 자율적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중앙 역학조사관과 성남시 보건소는 이날 참석자들이 이 원장과 어느 정도로 접촉했는지 확인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일부는 공식적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병원 관계자 등은 자발적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일부는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참석 병원장들이 줄지어 격리되거나, 일부라도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방역체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원장이 확진됨에 따라 분당제생병원 관련 확진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날 현재까지 파악된 확진자는 총 3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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