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가 지원책에도…항공업계 "여전히 미흡, 단기처방 수준"
'3천억원 수혈' 후속 조치 없고 재산세 감면 등 세제 지원책 제외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가 '셧다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정부가 운수권·슬롯(시간당 비행기 운항 가능 횟수) 회수 전면 유예와 공항시설사용료 감면 확대 등의 추가 대책을 내놨다.
지난달 17일 저비용항공사(LCC)를 대상으로 3천억원의 유동성을 수혈하는 내용의 긴급지원방안을 내놓은 지 한 달여만이다.
항공업계는 운수권 유예와 주기료 면제 등 업계의 요구가 반영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3천억원 대출 지원의 후속 조치나 항공기 재산세 감면 등 세제 지원책이 제외됐다는 점에서 여전히 아쉽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18일 정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화권 위주로 감소하던 항공여객은 호주, 스페인 등 선진국까지 운항 중단이 확산됨에 따라 이달 둘째주 기준으로 전년 동기(166만명) 대비 91.7% 감소한 13만8천명에 그쳤다.
특히 작년 하루 이용객이 19만명이었던 인천공항은 지난 16일 이용객이 1만6천명으로 급감하는 등 개항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하루 평균 최소 이용객은 2만7천명이었다.
이처럼 항공업계가 사상 초유의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이날 정부가 추가로 발표한 항공업계 지원방안에는 대한항공[003490]이 건의한 모든 노선의 운수권·슬롯 전면 유예를 비롯해 항공업계가 요구해 온 주기료 면제, 착륙료 즉시 감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번 지원 방안으로 항공사에는 193억원, 지상조업사에는 41억5천만원, 상업시설에는 3천824억원의 추가 지원이 예상된다.
기존 지원 대책과 합산하면 항공업계에 총 5천661억원(감면 656억원, 납부 유예 5천5억원)을 지원하게 된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각종 사용료 감면, 운수권 유예를 통한 영업권 보장 등 국토부 차원의 최대한의 지원을 하고자 노력했다"며 "그동안 발표한 대책의 차질 없는 이행과 함께 이번 추가지원 방안도 조속히 시행해 항공업계가 위기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지원으로는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결국 단기적인 처방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추가 대책을 살펴보면 국토부 차원에서 지원 가능한 범위 내의 대책만 포함됐다. 항공업계 지원 대책의 핵심이면서 범정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긴급자금 지원의 후속 조치와 세제 개편 등은 사실상 제외됐다.
앞서 산업은행은 전날 티웨이항공[091810]에 긴급 운영자금 60억원을 무담보로 승인하고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298690]에 200억원과 140억원을 각각 금융 지원했다고 밝혔다.
대책이 발표된 지 한달 만에 당초 책정한 3천억원 중 400억원에 대해서만 지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나머지 지원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이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LCC는 후속 조치 지연에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한 LCC 관계자는 "자금 지원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빨리 나와야 한다"고 말했고, 다른 LCC 관계자도 "산업은행의 LCC 지원 프로그램이 합리적이고 빠르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축인 세제 개편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그동안 대형항공사(FSC)에서 요청해 온 지방세와 농어촌특별세 감면, 관광진흥개발기금을 활용한 긴급자금지원 등의 내용은 지원 방안에서 제외됐다.
FSC는 현재 LCC에만 적용되는 사업용 항공기 지방세(취득세·재산세) 면제를 FSC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작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의 지방세 납부액은 573억원 규모였다.
이와 같은 세제 개편은 법률 개정 등이 수반돼야 하는 부분이어서 행정안전부 등과의 조율 과정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중소기업·소상공인에는 3개월간 임대료 25%를 감면하는 반면 급유·기내식 업체에는 임대료를 3개월 유예해주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형평에 어긋난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한 기내식 업체 관계자는 "국적 항공사의 비운항으로 인해 주문량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해 절박한 경영위기에 직면했다"며 "시설 사용에 대한 면제 조치 등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자국 항공업계를 살리기 위해 적극 나서는 것과 비교하면 정부의 지원이 아직 미흡하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을 회원사로 둔 미국항공운송협회의 경우 정부에 보조금과 대출 등을 통한 500억 달러(62조원) 규모의 지원을 요구했고 미국 정부 역시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정부는 경영난에 더해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국적 항공사 알리탈리아를 국영화하기로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정부 차원의 지원 규모가 아직 부족하다"며 "앞으로도 어려운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고려해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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