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영방송 "수백만 죽을수도"…새해연휴 이동차단 총력(종합)
대통령 "지역 봉쇄는 아직 고려하지 않아"…군부도 나서 호소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당국이 오는 19일(현지시간) 시작되는 긴 새해 연휴(노루즈)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거리 이동이 활발한 이 기간에 급속히 확산할 수 있어서다.
이란에서는 조로아스터교 역법의 전통에 따라 새해 첫날이 춘분(3월 20일)이다. 이날부터 약 2주간 긴 연휴(노루즈)가 시작된다.
연휴가 긴 덕분에 이란 국민은 해외여행은 물론, 가족과 친지를 찾아 국내 여행을 떠나고 종교적 성지와 관광 명소, 유원지를 방문해 이른바 '민족 대이동'이 일어난다.
이란에서 추모일이 주로 공휴일인 점을 고려하면 드물게 밝은 분위기의 휴일이고 직장에서는 특별 상여를 지급해 이란 국민은 노루즈를 고대한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노루즈와 분위기가 전혀 달라졌다. 코로나19가 이란 전역을 휩쓸고 있는 탓이다.
이란 부유층이 노루즈에 주로 방문하는 유럽과 터키 등 인근 국가가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이란발 입국자를 막는 바람에 수개월 전부터 계획한 노루즈 계획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이란 당국은 노루즈 연휴가 코로나19 사태가 증폭되는 최악의 위기일 수도 있지만 직장이 모두 쉬는 점을 이용해 확산을 막을 기회로 보고 이동을 최소화하는 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이란 국영방송은 17일 의학 전문가를 인용해 "사람들이 지금처럼 여행이나 외출을 계속하고 위생 수칙을 무시한다면 수백만명이 죽을 수도 있다"라며 극단적인 수위로 경고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6일 범정부 코로나바이러스 대책회의에서 "보건부의 위생 수칙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라며 "국민은 참을성 있게 노루즈 기간 제발 집에 머무르고 모이는 일을 최대한 삼가 달라"라고 요청했다.
이란 정부가 16일 노루즈에 순례객이 모이는 종교도시 곰, 마슈하드의 시아파 이슬람 성지의 문을 닫은 것도 이동과 결집을 막기 위해서다.
이스파한, 시라즈 등의 유명 역사 유적도 일시적으로 입장을 불허했다.
이란 경찰은 노루즈를 앞둔 마지막 화요일 밤인 17일 모임을 금지했다. '차하르샨베 수리'로 불리는 이 송구영신 행사는 친구와 가족이 모여 불꽃놀이와 모닥불 뛰어넘기, 파티를 즐기며 한해를 마무리 하고 새해의 복을 기원한다.
군부도 대국민 호소에 동참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제발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 머물러 달라고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께 간청한다"라며 "집에 머물러야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고 사랑하는 가족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라고 호소했다.
평소 위압적이고 강경한 모습을 보이던 혁명수비대의 태도를 고려하면 '저자세'로 국민을 설득하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이란 정부는 그러나 전면적인 지역 봉쇄나 이동 강제 차단은 아직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은 15일 정부 경제 관계 장관회의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마련하겠지만 수도 테헤란은 물론 특정 지역을 봉쇄하거나 식당, 카페와 같은 대중 시설의 영업을 중단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는 봉쇄나 이동 차단을 결정할 수 없는 권한이 없다"라며 "이런 조처가 필요하다면 범정부 대책회의가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란군은 16일 코로나19 확산을 생물학전에 버금가는 위기로 보고 지역 간 이동 차단을 포함해 가상 상황을 대비한 훈련을 실시했다.
이란 정부는 주요 도시를 잇는 고속도로의 톨게이트에서 운전자와 승객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란 북부 지역 일부 도시의 출입이 차단됐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연합뉴스가 해당 지역의 경찰청에 확인해 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 정부가 이동 차단에 부정적인 것은 그렇지 않아도 경제난이 심각한 터에 '대목'인 노루즈 전후 기간 민간의 영업 활동이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는 해설이 나온다.
17일 정오 기준 이란의 코로나19 사망자는 988명, 확진자는 1만6천여명으로 중국과 이탈리아 다음으로 많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