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감염자 553명 치솟자 2주간 '국가봉쇄' 단행

입력 2020-03-17 09:38
말레이시아, 감염자 553명 치솟자 2주간 '국가봉쇄' 단행

종교집회 통해 338명 감염…18일부터 이동제한·휴교·휴업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말레이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553명으로 치솟아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아지자 2주간 '국가봉쇄'(Lockdown) 결정이 내려졌다.



17일 베르나마통신 등에 따르면 무히딘 야신 총리는 전날 밤 긴급 TV 연설을 통해 "정부는 18일부터 31일까지 2주일 동안 국내외 이동제한 등 제재를 결정했다"며 "너무 걱정하지는 말라. 우리는 곧 바이러스 확산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이 기간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자국민의 해외여행 또한 금지하며 해외에서 돌아온 자국민은 14일 동안 자가 격리하도록 했다.

또한, 보건·은행·식량 공급 등의 필수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정부와 민간 기업 모두 휴업하고, 유치원과 초·중·고, 대학교도 휴교한다. 생필품을 공급하는 슈퍼마켓은 문을 연다.

스포츠·사회·문화 행사와 모임을 금지하며, 특히 이슬람교 금요일 합동 예배 등 종교 활동도 제한한다.



무히딘 총리는 이날 하루 만에 확진자가 125명 급증하자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해 이같이 결정했다.

그는 "상황이 더 끔찍하게 변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며 "즉시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달 9일까지만 해도 99명으로 두 자릿수였지만, 2월 28일∼3월 1일 쿠알라룸푸르 스리 페탈링 이슬람사원(Sri Petaling mosque)에서 열린 종교 행사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급증했다.

이 행사 참석자 1만6천여명 가운데 1만4천여명이 말레이시아인이다.

현재까지 집회에 참석한 말레이시아인 7천명만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음에도 전체 확진자 553명 가운데 338명이 이 집회 참석자 또는 간접 감염자들이다.

이웃 나라 브루나이의 첫 확진자도 이 집회 참석자이며, 전체 54명의 확진자 가운데 대다수가 집회를 통해 감염됐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이날 국가 봉쇄를 하루 앞두고 이른 아침부터 슈퍼마켓, 약국 등에서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

말레이시아 국경을 들어오고 나가야 하는 사람들도 바삐 움직였다.

말레이시아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 국가봉쇄 결정에 따라 타격이 클 전망이다.

하루 평균 30만명이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로 넘어가 노동력, 식량, 물자를 공급해왔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두 달 동안 식량과 필수품 비축량을 늘리려고 노력해왔다"며 "필요하면 분유 국내 생산량을 늘리고, 채소와 달걀 등은 중국과 호주에서 수입해올 수 있다"고 밝혔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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